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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려면, 생활속에서 수학적으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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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려면, 생활속에서 수학적으로 생각하세요

입력
200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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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대 부속여중 장홍월교사의 '노하우'"당신은, 당신의 자녀는 수학 부진아입니까?" 누구나 수학 부진아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학은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는 비약적인 과정이 특징이고, 앞 부분을 학습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를 따라갈 수 없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학교에서 수학 부진아는 다른 어떤 과목보다 많다.

뒤집어 보면 수학 부진아 중에는 지능이 떨어지거나 읽기, 쓰기, 셈하기 등에 문제가 있는 기초학습 부진아보다, 어떤 계기로 수학에 관심을 잃고 학습성취도가 떨어지게 된 기본학습 부진아가 많다는 뜻이다. 서울사대부속여자중학교에서 수학성적 하위 25%의 '배움반'을 가르쳤던 장홍월 교사는 "생활 속에서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 교사가 첫 수업에 예를 드는 문제 하나. 그림은 1, 3, 5, 7, 9점이 있는 다트게임 과녁이다. 7번 던져 모두 과녁에 맞혔다. 나올 수 있는 점수의 합은 얼마일까? 보기 ①5 ②64 ③40 ④35 ⑤28. 과녁에 있는 5가지 수를 7번 더해 보기 중의 해답이 나오는지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일단 수학적 심성이 대단하다. 다만 계산 중 포기자가 다수 있을 것 같다.

찍어서 "③번" 하거나 여기까지 읽어보지도 않고 신문을 넘긴 사람은 전형적인 수학 무관심파다. "내 인생에 수학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는 이들이다.

다음과 같은 사람은 어떨까? 7번 맞혔다니 점수는 최소한 7점(1점을 7번) 이상이고 최대 63점(9점을 7번) 이하다. ①, ② 제외. 과녁에는 홀수 점수만 있으므로 7번 더한 합은 반드시 홀수다. 짝수 제외. 그러면 답은 ④번이다. 수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고습관 차이다.

수학 부진아란 꼭 초중고생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에서 공대생 150명에게 "교수 수를 P, 학생 수를 S라 하고 학생 수가 교수 수의 6배일 때 이를 나타내는 관계식을 써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오답률은 37%나 됐고 그 중 3분의 2가 6S=P라고 답했다(정답은 S=6P).

이러한 오류는 쉽게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규교육을 받은 사회인 중에도 이처럼 단순한 수학적 오류를 반복하는 사람이 흔한 것이다.

장 교사는 칠판에 '부부싸움하고 기분 최악인 날' 등 자기 기분을 밝히는 수학일기예보로 수업을 시작하고, 수학공책에 일기를 쓰도록 하는 등 학생과 교사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애쓴다. 또 '수학 골든벨'(문제를 적은 뒤 공책에 답을 써 동시에 들게 하는 것), 수학 노래가사 바꿔부르기, 수학을 희곡이나 만화로 표현하기 등 아이디어 넘치는 학습방식을 개척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문제를 생활언어로 이해하는 습관이다. 방정식문제는 이렇게 바뀐다.

'1학년 배움반 친구들 29명 중에서 H.O.T를 좋아하는 사람이 12명, GOD를 좋아하는 사람이 19명,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7명이라면 H.O.T와 GOD를 모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몇 명일까?' '홍월 선생님과 치영이가 게임을 했다.

21잎짜리 아카시아 잎을 가위 바위 보로 이긴 사람이 따서, 전부 없어질 때까지 한 뒤에 더 많이 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치영이가 이기면 2개씩, 홍월 선생님이 이기면 1개씩 따기로 했더니 15판 만에 게임이 끝났다(단 비기는 경우는 생각하지 않기로 함). 치영이와 홍월 선생

님은 몇 판씩 이겼고 누가 더 많이 땄을까?'

이런 습관이 사회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극히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달라질 수 있다. 한상근(과학기술원 수학과) 교수가 설명하는 선거제도에 관한 수학이다. 15명의 부서가 회식을 간다고 하자.

부장이 알아보니 6명은 소주를, 소주가 안되면 양주, 양주도 안되면 맥주를 마시겠다고 했다(A). 5명은 맥주>양주>소주(B), 나머지 4명은 양주>맥주>소주(C)의 순서대로 선호했다. 부장은 소주가 제일 좋다는 사람이 6명, 맥주가 제일 좋다는 사람이 5명, 양주가 좋다는 사람이 4명이라고 생각하고 소주집에 갔다. 그런데 마침 소주집이 문을 닫아 이번엔 맥주집으로 갔다.

그런데 양주파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양주를 맥주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10명(A의 6명+C의 4명)이나 있는 것이다! 따져보니 이 뿐만 아니다. 맥주를 소주보다 좋아하는 사람도 9명(B의 5명+C의 4명)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양주>맥주>소주의 순서대로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장홍월 교사는 "누구나 다 수학을 잘 할 수 있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그는 "수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말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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