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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정지된 역사'…민주·공화 대립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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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정지된 역사'…민주·공화 대립 노골화

입력
200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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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결과 후보간 득표차가 200여표로 줄어든데다 주 당국이 결과 발표를 연기함으로써 선거 공방전이 장기적인 정치혼란과 이로 인한 국론 분열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특히 투표결과가 나오더라도 두 후보 중 한쪽이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자칫 사법 당국이 대선을 결정하는 전대미문의 사태마저 점쳐지고 있다.

▲줄어든 표차와 재판 가능성

AP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에 대한 비공식 집계에서 두 후보의 득표 차이는 327표에 불과하다. 재검표 결과 당초 득표 차(1,776)보다 1,449표나 줄어들었기 때문에 17일 이후 해외 부재자투표의 개표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특히 유권자에게 혼동을 유발했다는 팜 비치의 나비형 투표용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더욱 복잡하게 됐다. 플로리다주 선거법은 투표결과가 확정된 뒤 10일내 유권자가 부정투표 등을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판사가 재선거를 결정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다 경찰의 흑인밀집지역 투표방해, 첫개표 때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투표함의 존재 등 부정투표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격화하는 정치공방

사태가 악화하면서 양 후보 진영의 충돌은 더욱 커가고 있다. 부시는 10일 외부출입을 삼간채 오스틴 시내 관저에서 당선 확정 후 최우선 과제인 정권인수 및 조각 작업 구상에 들어갔다. 현지 언론은 부시가 금명간 일방적인 당선 선언과 함께 차기 내각을 발표할 것으로 보도했다.

부시측은 플로리다 재검표에 대한 정치 공세도 강화했다. 공보 책임자 캐런 휴즈는 비공식 재개표 결과와 관련,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승리했음이 밝혀진 만큼 고어 진영은 법정소송과 재개표 추가 실시 위협을 재고하기 바란다"며 고어에 대해 대권경쟁 포기를 공식 촉구했다.

부시 진영은 고어측이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법정 소소에 대비하는 한편, 고어가 근소하게 이긴 위스콘신주등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고어 진영은 플로리다 재검표 결과와 무관하게 각종 불법선거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윌리엄 데일리 선거 운동 본부장은 "법정이 역사상 유례가 없는 불공정 및 비정상적 행위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것 "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자 가운데 한명인 제시 잭슨 목사도 "흑인들이 투표용지가 없다거나 투표소가 이미 문알 닫았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재개표가 아니라 진상 조사를 요구한다"며 법정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더십 공백과 국론분열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두 쪽으로 갈라진 선거 후유증이 쉽게 가라 앉기는 힘들 전망이다. 고어진영이 본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법정 다툼은 주 대법원까지 갈 수 있어 선거 소동이 수개월 계속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차기 정권인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며 자칫 헌정 위기 까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아귀다툼을 벌인 후 새로운 정권이 창출되더라도 대통령의 정통성에 대한 시비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증권시장이 소동의 장기화 조짐에 따라 9일 폭락 장세를 연출한 것도 향후 정국안정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목되는 것은 혼란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국민들은 아직 사태를 흥미진진하게 관망하는 눈치이지만 정치적이든 법적이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동요할 것이고 극도의 소용돌이에 가세할 것으로 우려된다.

빌 클린턴 정권이 이미 레임덕 징후를 나타낸 상황에서 이 같은 혼돈은 미국의 경제 뿐만 아니라 국제적 위상에도 치명타를 안길 전망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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