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는 흥행면에서는 최악의 시즌이었다. 하지만 기록상으로 보면 풍작이었다. 물론 우수한 투수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는 바람에 국내투수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타자들이 돋보였던 점도 있다.하지만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팬들에게 회자될 대기록들이 속속 수립됐다.
가장 돋보이는 기록은 홈런타자 장종훈(한화)의 개인통산 300홈런이다. 1982시즌에 프로야구가 시작된이후 개인 300홈런을 넘어선 것은 장종훈이 처음이다.
팀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올 시즌을 빛낸 기념비적인 기록이다. `기록의 사나이'장종훈은 또 개인통산 1,500안타고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39세)선수 김용수(LG)도 투수로는 처음으로 600경기에 출장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매경기에 출전하는 타자와는 달리 투수들은 출장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가운데 600경기에나 출전한 것은 외국에도 흔치 않다. 철저한 몸관리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김용수는 후배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대경사는 박경완(현대)의 4연타석홈런. 1경기에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기회는 보통 4번이다. 4차례의 타격기회에서 모두 홈런을 날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4연타석 아치를 그린 박경완은 프로야구 사상 첫 1경기 4연타석홈런의 주인공으로 탄생하며 이만수(전 삼성)이후 15년만에 포수출신 홈런왕(40개)에 올라 주가를 높였다.
4연타석홈런과 함께 가장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졌던 1경기 6안타기록도 작성됐다. 주인공은 대표적인 교타자 김기태(삼성)였다.
선수회파동의 주역 송진우(한화)는 3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작성, 각광을 받았다. 프로통산 10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된 송진우는 지난시즌 종료후 불거졌던 선수회파동의 주역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기록을 세워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산의 마무리투수 진필중(두산)은 13경기연속 세이브기록을 세우며 연속경기에서 3번이나 세이브를 따내는 진기록도 남겼다.두산의 홈런타자 김동주는 국내에서 구장규모가 제일 큰(좌우 95m, 센터 125m) 잠실구장에서 국내야구사상 처음으로 장외홈런을 쳐내는 괴력을 자랑했다.
실측을 할 수 없어 비거리는 150m로 기록됐지만 두고 두고 기억될만한 사건이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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