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초 중등학교에 시행중인 제7차 교육과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여론에 따라 정계에서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다.9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열린 전교조 정책토론회에서 민주당 엄 기형 교육정책 연구위원이 당내에 교육과정개선협의회를 구성해 검토해 본 뒤 7차 교육과정 수정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개발원이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집권당 내부에서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토론회에서 7차 교육과정 시범학교로 지정된 초 중등학교 교사들이 보고한 이 제도의 문제점은 교육의 이상과 실제에 얼마나 큰 갭이 존재하는지를 잘 말해 주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제도라는 것이 이들의 보고 요지였다.
무엇보다 수준별 학습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교과학습 성취도에 따라 우수학생은 심화반, 부진학생은 보충반으로 편성해 수업시간마다 이동수업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교실이동시의 혼잡과 어수선한 분위기가 수업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보충반에 편입된 학생들의 열등감과 심화반 학생들의 우월감이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이 때문에 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져 성적의 하향평준화가 초래된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학습의 흥미를 일깨워준다는 장점도 여러 가지 함정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가령 제2외국어를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게 하면 80~90%가 일어를 선택해 다른 외국어는 싹이 마를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예측이다.
한 학교에 여러 외국어 교사를 다 두어야 하는 문제가 말해주듯, 여건을 충분히 갖추어야 하는 준비의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이 학급당 인원이 지금의 50%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전제가 있다.
새 제도 시행으로 교사의 학습지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법정인원에도 못 미치는 인원으로 밀어붙인다면 졸속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소리다.
초등 1년에서 고등 1년까지 10년을 국민 공통 기본교육 기간으로 하고, 수준별 학습과 학생선택권 부여를 특징으로 한 7차 교육과정은 올해 초등 1,2학년에 적용됐고, 내년에 초등 3,4학년과 중 1학년, 2002년에 초등 5,6학년과 중2 고1, 2003년에 나머지 학년으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전쟁을 치르듯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지만, 교육일선의 목소리는 걱정 일색이다.
시범학교의 운영결과 보고서를 참작해 문제점을 수정하고, 충분한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시행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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