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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만 비상시국인가..

입력
200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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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의 국가예산이 앞으로 2년 동안 월드컵 축구 대표팀에 투입되고, 전례없는 '민ㆍ관 총력 축구지원 체제'가 가동될 전망이다.그러나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축구 살리기'에 나선 것이나, 경제난과 구조조정 등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는 상황을 외면한 엄청난 물량투입 등에 대해 "정신 나간 짓 아니냐"는 혹독한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은 9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겸 2002년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 이연택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 유상부 프로축구연맹회장 등 축구관련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축구에 관한 한 비상시국인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월드컵 개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한 적이 없었다"며 "국가체면을 위해서라도 정부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외국인감독 영입비용 등에 국고를 지원하고 문화관광부 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하는 '2002년 월드컵 필승대책위원회' 설치, 대표선수 병역혜택 등을 약속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세계최고 수준의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보너스를 제외한 연봉으로만 최소 30억원, 많게는 50억원 가까이 소요된다는 것이 축구계의 분석.

게다가 피지컬 트레이너(Physical Trainer)까지 함께 수입할 계획인데다 선수들의 해외전지 훈련비 등 특별훈련비 지원, 훈련수당 인상과 축구대표팀만을 위한 전용트레이닝 센터건립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월드컵까지 2년여간 어림잡아 2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축구협회 예산 130억여원까지 감안한다면 무려 300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단 2년간의 대표팀 운영비로 투입되는 셈이다. 이런 느닷없는 '과열 축구지원 분위기'에 편승, 일부에서는 '월드컵지원 특별법'을 제정, 프로축구 구단의 부채까지 탕감해 주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동개최국인 일본의 언론들조차 "한국이 축구지원을 위해 전무후무한 민ㆍ관총력 체제를 구축했다"고 보도하면서 "부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아냥조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어려운 여건을 딛고 메달을 딴 한 비인기종목 관계자는 "축구에 들어가는 돈의 1~2%만 지원받아도 우리는 세계정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붉은 악마'의 김태호 회장도 "정부와 축구협회가 과연 문제의식이 있기는 한 건지부터 의심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회사원 김영수(35ㆍ경기 고양시)씨는 "나도 광적인 축구 팬 소리를 듣지만 이런 벼락치기식 속성코스로 뭘 기대하겠느냐"며 "이런 경제난 속의 돈쓰기 잔치야말로 2002년 월드컵에서 성과를 못 내는 것 보다 더 국제적인 망신감"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유진룡 공보관은 "축구지원에 대한 국민적 요청때문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라며 "그러나 국고를 어느 정도 지원할 것인 지에 대해 아직 분명하게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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