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합의배경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적자금 운용실태를 찬찬히 되짚어 볼 길이 열렸다. 여야는 9일 이미 투입된 109조원의 공적자금에 대해 조성에서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살펴보는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가 정부가 추진중인 40조원의 공적자금 추가 조성분에 대한 국회동의를 해주는 조건으로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못할 것도 없다"며 이를 수용했다. 얼마 전까지 "어려운 경제에 주름살만 키운다"며 국정조사에 부정적이던 민주당의 입장변화는 최근 검찰총ㆍ차장 탄핵소추안을 15일 본회의에 보고키로 하는 등 현안에 대한 잇단 정면돌파 행보와 맞물려 주목된다.
민주당의 정 총무는 "야당의 요구가 거세기도 했지만 공적자금의 조성에서 투입,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데는 야당보다 국정을 책임진 우리가 더 절실하다"며 수용배경을 밝혔다. 국회차원에서 공적자금을 차분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감 중 재경위 정무위 등에서 여당의원들은 "2년 사이에 1,000억 달러나 쏟아 부었는데 무슨 성과가 있었느냐" "공적자금의 모럴해저드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야당의원 이상으로 정부측을 질타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야당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일 만큼 전격적으로 국정조사요구를 받아들인데는 더 급한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 대우차 부도후 실물경제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어 공적자금 추가 투입의 시기를 놓쳤다가는 낭패를 볼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야당과 또 다른 대치전선을 만드는 게 부담이 됐음은 물론이다.
양당 총무가 이날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을 제정키로 합의하면서 지난 영수회담때 합의한 여야정책협의회 채널을 이용키로 한 것도 경색된 대야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여당의 계산이 깔려있다. 자민련이 공적자금 실태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의원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도 민주당의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민주당은 별도의 공적자금 특위를 구성하지 않고 재경위에서 국정조사를 하도록 했다. 국정조사가 야당의 일방적인 '대여공세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겠다는 나름의 안전판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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