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알랭 투렌 지음 / 당대 발행
1995년 12월 프랑스에서 벌어진 공공부문 파업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던 집권 우파연합 세력을 강타, 1997년 6월 사회당의 재집권을 가져왔다.
그러나 사회당은 신자유주의의 해독이나 그전부터 프랑스를 괴롭혀온 국가주의적 질병 어느 것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비판을 받았다. 기존 좌파에 대한 실망으로 그동안 노동과 자본의 대립구도 바깥에 놓여있던 노숙자ㆍ여성ㆍ이민 2세ㆍ동성애자 등 소수파가 새로운 사회운동의 주체로 부상했다.
피에르 부르디외, 에드가 모랭과 함께 프랑스 최고의 사회학자로 꼽히는 알랭 투렌(75ㆍ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명예교수)은 이 모든 혼란 또는 좌절의 원인이 되고 있는 광폭한 자유주의를 넘어설 대안으로 `2와 2분의 1'의 길을 제안한다.
투렌이 말하는 `2와 2분의 1'은 자유주의(해결책 1)와 낡은 사회민주주의(해결책 2)를 모두 떠나 낡은 사회민주주의와 `제 3의 길' 사이에 존재하는 좌표다. 그는 토니 블레어식 제 3의 길은 `사회주의적 정책에 의해 교정된 자유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여기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이들의 사회적 재통합을 우선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운동에 `사회적 좌파'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여기서 희망을 찾고 있다. 기존 좌파의 실패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출구를 제시하는 투렌의 이같은 자세는 그가 지식인에게 요구하는 `거부에서 창안(創案)으로'라는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렌의 주장은 1995~97년 프랑스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어 한국에 바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변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고원(파리 10대학 박사과정) 옮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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