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작해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될 7차 교육과정의 수준별 교육과정을 둘러사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천차만별인 현실에서 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높은 학업 성취도를 안겨주고 능력이 떨어진 학생에게는 뒤쳐진 부분을 보충해줄 것이라는 지지론과 수준별 교육과정이 결국 우수한 학생과 열등한 학생을 편갈라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찬성
최근 제7차 교육과정 특히 수준별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판의 소리는 현장교육, 특히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우열반 편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않아 안타깝기도 하다.
1997년 12월 30일 개정고시돼 올 3월부터 적용되고있는 제7차 교육과정은 `학생의 학습 능력과 학습의 요구에 대응하는 교육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으며 자기 주도적인 개별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필요에 따라 수준별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수준별 교육과정이란 교과별로 수준을 달리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에 맞춰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개별화 교수 학습 형태의 일종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에서는 어떤 표준이나 정도에 의해 교육과정의 등급을 나누게 되는데,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능력과 적성'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일제식 수업, 획일화한 수업 편제에서 탈피,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거나 자기 수준에 맞는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한 반에 겨우 3∼4명만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현실을 개선해 공교육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도입한 교육과정 운영 방식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은 일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우열반과는 기본적으로 의미가 다르다. 우열반은 대개 특수한 학교 진학을 염두에 두고 편성되고 전 교과목의 성적을 합산하거나. 또는 각 교과별 성적에 따라 편성된다.
반면 수준별 교육과정은 교과별 학습 내용에 따라 능력과 적성을 달리하는 학생 개개인의 개인차를 고려, 기본 학습 내용이 미흡한 학생에게 보충학습의 기회를 다양하게,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기초 기본 교육을 충실히 하려 한다.
보충학습의 기회는 우열반 편성보다는 한 학급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교원 수와 시설 등 학교 실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학습 집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단번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과정을 운영하려 함으로써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보다는 매년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 시행토록 한 지침에 따라 점차적으로 발전적인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초등학교 1~2학년만을 대상으로 수준별 교육과정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초등학교 1~2학년은 교과 내용이 아주 단순하고 학업능력에서도 우열이 덜 드러나기 때문에 수준별 교육과정의 효과가 아직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준별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 필요, 흥미에 대한 개인차를 최대한 고려해 교육과정의 차별화, 다양화를 꾀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성장 잠재력과 교육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평생 학습의 태세를 갖춘 유능한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경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
▲반대
7차 교육과정에 따른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 이유는 수준차가 너무 많이 나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배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적별로 상 중 하를 나눠 반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배우는 내용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어 수업이 즐겁고 학교서 만족스럽게 가르치기 때문에 사교육비도 줄 것이라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학교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이상적인지 알 수 있다. 학력 중심의 사회구조와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수준에 맞춘다는 이동수업은 실제로는 상 중 하 우열반이 되고 만다.
시범학교의 보고에 따르면 상반 학생들의 학업성취 증가는 미미한 반면 중, 하반 학생들은 오히려 학업성취가 저하돼 평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열등반 학생들이 받게 될 좌절감과 사회에 대한 불신감은 사회적으로 조장되는 것이어서 교사의 열의와 부모의 사고방식을 바꿈으로써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우등반에 계속 속하고 열등반을 벗어나기 위해 사교육비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현재 7차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교 1~2학년은 피아노,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영어와 속셈학원으로 몰리고 있으며 사교육비는 더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보고서에서 7차 교육과정이 교육개혁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의 머리 속에서 구상됐기 때문에 현장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으며 더욱이 실험학교 연구는 거의 항상 성공한다는 전통에 비춰보면 수준별 학습의 효과에 대한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학교에서조차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돼있다.
그러면 수준에 맞게 가르치자는 이상론은 옳은 것인가. 그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학교 붕괴의 이유가 한 교실에 수준 차가 큰 학생이 모여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학력중심의 사회구조와 관행을 개혁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리고 국가 경쟁력은 미국의 뒤만 열심히 쫓아다니는 것보다 정체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민족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생기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수준에 맞는 교육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였을 때, 개개인에 적합하고 학업성취도 오르며 동시에 공동체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배울 때, 비로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연구 보고서들은 증명하고 있다.
학생들은 무한 경쟁으로 빠져들어가고 학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대야하는 7차 교육과정은 우리의 교육을 돌이킬 수 없는 빈사상태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에 전면 중단돼야하고 후속 대책을 교사와 학부모, 연구기관과 교육부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할 것이다.
조남규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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