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원 가량의 빚을 지고 적자를 계속내면서 국민의 부담으로 연명해온 대우자동차가 8일 부도처리됐다. 앞으로 대우차는 법정관리 과정을 거치면서 매각을 위한 절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부도와 인력구조조정 문제에 따른 여파로 대우차의 기업가치는 급격히 떨어져 은행권에는 1조2,000억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고 제2금융권에는 2조원 이상 채권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용인원이 50만명에 이르는 1만여개의 협력업체중 1,500여개가 도산하고 이에 따른 대량실업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인수가격을 낮추려 해온 GM은 이를 빌미삼아 분할매입을 요구하면서 1차 국제입찰 때 제시한 5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알짜 공장들만 인수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제외되는 대우차의 국내외 자산은 결국 청산되면서 채권단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이는 다시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은 1990년대에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뒤늦게 상용차 및 승용차 산업에 진입한 후 5조원이 투입된 부산 공장을 르노에 싼 가격에 매각해 르노의 한국진출 및 국제화를 도와주고 상용차는 퇴출절차를 밟고있다. 자동차산업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우차 처리에서도 산업정책상 이러한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대우차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은 우리 자동차산업 발전은 물론 우리 경제에 사활적인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선 GM과 협상중인 대우차 처리는 매각을 진행하되 적정선 이하의 낮은 가격이나 조건을 제시하면 과감히 위탁경영, 공기업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GM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종국에는 대우차를 헐값에 매각해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기보다는 대우차가 국내외 특히 해외에서 쌓아놓은 판매망, 인지도 등 무형가치가 더 이상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채탕감, 경영혁신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한 정상화 후 매각으로 매각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한다.
둘째, 당장 대우 부도에 따른 부품업체 연쇄도산이 대량실업 발생은 물론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산업 기반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쟁력있는 부품업체를 살려내는 데 전력해야 한다.
또 한가지, 대우차는 스스로 자구계획에서 밝힌 것처럼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우는 그간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매각 후 자기 몫 확보에 더욱 매달리면서 경영 혁신을 위한 자구노력에 미흡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이 망하는데 고용유지란 한낮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계속되는 적자를 국민들이 부담하는 형국에서 대우 근로자들만이 피해를 보고있다는 주장은 퇴출로 직장을 잃은 건설업체 등 다른 산업 근로자들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70년대 중반부터 고유모델 자동차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에서 선진국과 직접 경쟁하는 전략을 택한 자동차 산업은 그 뒤 크게 발전해 95년에는 세계 5대 생산국가에 진입했고 99년에는 150만대를 수출해 11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실현한 중요산업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숫한 위기와 좌절을 겪으면서 발전해왔다. 지금 위기도 우리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오늘의 대우차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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