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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메 / 어색함에 불타버린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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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메 / 어색함에 불타버린 블록버스터

입력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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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라 메(Libera ME)' 는 `우리를 구원하소서' 라는 라틴어이다. 19세기 프랑스 음악가 가브리엘 포르의 진혼곡이기도 하다. 영화 `리베라 메' 는 그 음악을 흘러보내며 `구원' 에 관한 무엇을 전하고 싶어한다. 한 미치광이 연쇄 방화범은 죽음을 구원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불을 지른다. 희생적인 죽음을 선택한 동료에 대한 죄의식으로 한 소방대원은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소년범으로 수감됐던 희수(차승원)가 12년 만에 출소한다. 그는 출소하면서부터 보일러실을 폭발시켜 자신을 괴롭혔던 간수를 죽인다. 아파트를 폭파시키고, 주유소를 잿더미로 만들고, 병원에 까지 불을 지른다. 여기에서 불은 재난이 아니다. 한 정신병자의 살인도구이다. 나중에는 부모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구원하는 죽음의 칼로 바뀐다.

그 광기에 소방관 조상우(최민수)가 맞선다. 엄청안 물량을 쏟아 부은 화재현장은 그들의 감정을 교차시키는 무대에 불과하다. 희수는 알수 없는 적의로 불을 지르고, 상우는 그 불속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화재현장은 그들의 강한 감정에 짓눌러 버린다. 실제 건물에 불을 지르고, 수 억원을 들여 연출한 주유소폭파장면조차 강한 액션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겁다.

`리베라 메'는 `세븐' 류의 스릴러를 닮았다. `세븐' 에서 종교적 광기는 `리베라 메' 에서 정신적 광기로 바뀌었다. 문제는 광기의 일관성이다.

영화는 희수가 왜 사람들을 불로 죽이는지 한참동안 설명하지 않는다. 몇 번의 방화가 있은 후 희수에게는 어릴 때 폭행을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불로 태워 죽이고 자살한 누나로 인한 상처가 있었음을 밝힌다. 그것이 그가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들을 골라 불로 죽이는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소방관까지 마구 죽이는 행동과 상우에 대한 적개심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리베라 메'는 방화범과 그를 추적하는 소방관이라는 단순한 설정이 싫었다. 그래서 범인과 소방관 사이에 깊고 심리적인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했다. 그 시도가 허술해 일관성이 깨졌고 영화를 치밀한 상황이나 사건이 아닌 감정의 과잉으로 치닫게 했다.

그 결과 비로소 제 역할을 찾은듯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차승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최민수 1인극처럼 됐다.

그의 센티멘탈리즘이 영화를 지배하면서 소심한 후배 김현태(유지태)도, 화재조사관인 민성(김규리)도 들러리가 됐고,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무(박상면)의 고귀한 희생도 어색해졌다. 안타깝게도 매끈한 사운드도 큰 스케일과 사실감 넘치는 화재의 현장도 빛을 잃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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