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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18세기 유물'美 선거법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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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18세기 유물'美 선거법 도마에

입력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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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민주국가에서 선거제도는 18세기 유물'7일 실시된 미 대선이 재검표까지 가는 혼선을 빚자 미국에서는 현 대통령 선거제도의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주요 방송들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신문들도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등 선거법 개정문제가 핫이슈로 떠 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가장 큰 논란거리는 우선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에 따라 미 역사상 4번째로 국민투표에서는 지고 선거인단에서는 이기는 '소수파 대통령'이 재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표 결과 9일 현재 득표율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49%대 48%로 앞서고 있음에도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27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차기 대통령이 된다.

또 부시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하더라도 내달 13일 선거인단의 투표에 따라 당락이 바뀌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부시가 플로리다에서 이기면 고어보다 불과 4명 많은 27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돼 만약 이들중 3명만 이탈할 경우 대통령 당선자가 바뀔 수 있게 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는 선거인단의 변심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있는 경우에도 캘리포니아주처럼 벌금 1,000달러와 3년 징역형이 고작일 정도여서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언론과 학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프래거 교수는 "과거 18세기에 만든 선거법이 현재 유권자들의 표심을 바로 나타낼 수 없다"며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헌법사학자인 월터 번즈는 "고어가 선거결과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경우 미국 정부체제가 치명타를 입게될 수도 있다"며 이에 동조했다.

이번 대선과 같은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와 승자독식(Winner-takes-all)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게 개정론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은 1787년 인구가 많은 주의 전횡을 막고 연방으로부터 각 주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성에 의해 선거인단제를 도입했지만 승자독식제도와 함께 득표율과 선거인단 확보숫자의 불일치, 복잡한 선거절차 등 부작용을 낳았다고 이들은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텍사스대 존 J 더글라스 교수 등은 직접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승자독식제도를 네브래스카와 메인 등 2개 주가 실시하고 있는 선거구별 투표결과에 따른 선거인단 배정제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선 결과는 극히 드문 예외인데다 선거인단제는 지역주의와 분파주의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굳이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헌법 개정에는 '상ㆍ하원 3분의 2 찬성, 전체 주의 4분의 3 찬성'이 필요한데다 적어도 13개의 소규모 주가 현 제도를 옹호하고 있어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정치 평론가들도 "재검표 결과를 부시와 고어가 받아들인다면 선거법 개정 목소리는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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