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국회청문회 위증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재판부가 9일 이형자씨 자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씨측이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퇴진시켜 최순영 회장의 구속을 막으려고 옷로비 사실을 왜곡·과장해 비롯된 '자작극'이란 대검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정일순의 옷값대납 여부
당초 대검은 이씨 자매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정씨는 옷값대납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걸론지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히려 정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를 들어 이씨 자매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먼저 대납요구 전화와 관련한 정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검 수사당시 이기영씨에게 전화한 사실이 없다던 정씨가 특검에서 이씨와의 통화내역이 드러나자 "웨딩드레스 구입권유 등 건으로 통홰했다"고 진술을 바꾼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 이씨가 당시 청탁할 위치에 있지 않은 점과 3차례에 걸친 긴 통화시간도 고려됐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오는 등의 작위적이고 계산된 행동으로 볼 때 정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직동팀 최초조사 시점
대검과 특검 모두 사직동팀의 최초 조사지점은 지난해 1월 15일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1월 8일 조사받았다는 이시측 주장을 위증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초 조사시점과 관련, 8일 조사설을 주장하는 이씨측 진술의 일관성 외에도 자신의 혐의에 대한 부인 외에는 가장 진술의 신빙성이 높은 배씨 역시 9일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씨측 진술이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사직동팀의 최광식 총경과 일부 직원이 수사기록 일부 누락 사실을 인정하는데다 "1월8일 조사를 했다"는 진술도 일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참작됐다.조사시점이 앞당겨질 경우,8일 호피무늬 반코트를 반납한 연씨가 비리 내사 첩보를 사전에 알아채고 황급히 코트를 반납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사건의 실체 판단
재판부는 그러나 "이번판결은 사건의 실체가 아니라 청문회에서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연씨가 이씨 자매의 구명로비 사실을 알고도 옷을 가져갔는지 ▲호피무늬 반코트 외에 로비명목으로 전달된 옷이 추가로 더 있는지 ▲연씨의 옷 반납경위가 내사사실을 먼저 알아챘기 때문인지 등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국회청문회장 내에서 오고간 거짓말에 대해선 판단을 내렸지만,여전히 사건은 의혹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김영화 기자
■옷로비 국회청문회 위증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23부 김대휘(金大彙) 부장판사는 9일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도 거짓말을 계속하는 피고인들 때문에 옷로비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았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재판부가 보는 사건의 성격은.
"우리는 위증혐의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실패한 로비인지, 포기한 로비인지는 우리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었다"
-정일순, 배정숙씨에게 실형을 내린 이유는.
"정씨는 재판과정에서 계속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시인하는 듯 했지만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한 사람이다. 배씨의 경우는 사실대로 말한 부분이 많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전부 거짓 증언을 했다"
-연정희씨만 집행유예를 받은 이유는.
"연씨는 재판과정에서 위증했던 것을 자백하고 일관되게 증언을 했다.
의혹은 완전히 해소된 것인가.
"연씨가 로비 명목이란 사실을 알고도 옷을 가져갔는지, 호피무늬 반코트 외에 추가로 받은 옷이 있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지검의 초기수사 당시 통화내역을 확보했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확연히 구분됐을 것으로 본다"
-정일순씨는 특검 조사 당시 사기혐의도 적용가능하다고 했는데.
"당시 정씨는 이형자씨에게 옷값을 '한 장 정도 된다' 표현해 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1,000만원인지, 1억인지 특정이 안돼 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