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ㆍ부시 자신감 피력미 대선사상 초유의 재검표사태를 맞는 두 후보는 겉으론 느긋하지만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뒤쫓기는 입장이라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재검표를 위해 참관단 대표로 각각 국무장관출신인 제임스 베이커와 워렌 크리스토퍼를 현지에 급파하고 선거자금을 다시 모금하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두 후보는 플로리다의 재검표가 끝나는 대로 서로 자신이 차기 대통령당선자로 발표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이 참관단 대표로 파견한 제임스 베이커는 부시후보의 부친인 조지 부시와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보루이고 민주당대표는 고어를 클린턴의 러닝메이트로 추천한 인물이다.
텍사스 오스틴에 머물고 있는 부시는 8일 낮 기자회견을 갖고 "재개표 작업은 우리의 승리로 결정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흥미진진한 이번 선거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저력이 나타났다"고 평가하고 "어젯밤은 역사적 순간이었으며 머지않아 모든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후보는 이어 고어 후보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미국은 일단 선거가 끝나면 재단결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어 후보는 이날 고향인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아직 어제 선거 결과를 알 수 없다"며 "신중하고 냉정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본부장도 "민주당 후보가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해 낙선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헌법 위기론을 일축하고 혼돈이 곧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대변인은 고어 후보가 현재 "일반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에서 모두 앞서고 있고 현재 플로리다에서의 득표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제기된 투표과정의 부정 시비와 관련, "이는 플로리다주 법이 해결할 문제"라면서 어느 쪽으로든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검표를 위한 작업에 쓰기 위해 300만 달러의 선거자금 모금에 들어갔다.
두 후보는 이에 앞서 전화통화를 통해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8일 새벽 부시후보의 당선을 축하했던 고어는 이날 아침 다시 전화를 걸었다. 부시는 당선승리 연설문을 손에 쥔 채 "단지 패배인정을 취소하기 위해 전화를 했느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고어는 "그렇게 퉁명스러울 필요가 있느냐"며 "당신 동생이 이 문제에 최후 결정권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되받았다. 미대선 사상 가장 길고 힘든 대혈투를 벌였던 두 후보가 투표가 끝난 후에도 제2라운드의 힘겨루기를 벌임으로써 어느 누가 승자가 되든 상처뿐인 영광을 얻지 않을까 미 국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볼 뿐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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