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재검표 사태로 미국 제43대 대통령 당선자 발표가 유보된 가운데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에서 2중기표된 1만9,000여표가 무효처리되면서 재검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이와 관련, 플로리다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8일 재검표 결과가 9일 오후 5시(한국시간 10일 오전 7시)께 나오더라도 부재자 투표의 개표 등 모든 의혹이 밝혀질 때까지 당선자 발표가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해외 주둔 미군의 부재자투표를 포함해 최종 개표결과를 알려면 수 일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군 부재자 투표까지 집계해야만 할 경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결과에 따른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공식발표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 시간이 지난 후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플로리다주 선관위는 민주ㆍ공화 양당의 참관단 대표들인 워런 크리스토퍼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600여만 표에 대한 재검표를 실시했다.
재검표는 8일 오후부터 시작돼 플로리다주의 67개 카운티 중 64개에서 재검표가 끝난 10일 오전 8시00분 현재(한국시간) 두 후보의 표차는 3백62표.
이 같은 추세라면 7일자 우체국 소인이 찍힌 해외주둔 미군등 부재자표가 개표소에 늦게 도착하더라도 유효한 만큼 약 2,300여표로 추정되는 부재자표가 당락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검표는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간 득표수 차이가 총득표수의 0.5% 미만일 경우 자동적으로 재검표를 실시한다는 주법에 따른 것이다.
재검표 전 집계된 플로리다주의 개표결과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290만9,135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290만7,351표를 얻어 불과 1,784표의 표차를 보였다. 현재 팜 비치 등 일부 선거구에서 투표용지가 잘못돼 기표가 엉뚱하게 됐다고 민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검표 결과에 따른 두 후보의 득표차가 증감할 가능성이 높다.
고어 후보 진영은 투표용지가 잘못된 지역들은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팜 비치 유권자 3명이 이날 팜 비치 카운티의 복잡한 투표 용지 때문에 고어 후보 대신 개혁당의 팻 뷰캐넌 후보에게 실수로 투표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뷰캐넌 후보는 민주당 우세 지역인 이 곳에서 3,407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어 후보와 부시 후보는 각각 조심스럽게 승리를 낙관하면서 재검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고어 후보는 고향인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호텔에서 선거가 끝난 뒤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선거 결과를 알 수 없다"면서 승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고어 진영의 윌리엄 데일리 선거대책본부장도 "고어 후보가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에서 모두 이겨 대통령 당선이 확정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부시 후보는 "플로리다주 재검표가 멀지 않아 끝날 것"이라며 "나는 러닝메이트인 딕 체니와 함께 정ㆍ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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