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풍경에 취하고… 그대에 취하고옷깃을 파고 드는 늦가을의 바람이 차다. 어디 따뜻한 곳이 없을까? 그렇다고 도시를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굳이 도시 밖으로 나갈 게 아니라 도심의 '위'는 어떨까.
하늘과 맞닿은 빌딩의 꼭대기, 스카이라운지는? 탁 트인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음미하는 칵테일 한 잔. 어느 스카이라운지의 이름 그대로 '구름 위'에서 즐기는 정찬은 어떨까.
한국일보 생활과학부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전망 좋고 분위기 좋은 '스카이라운지 베스트 5'를 뽑아봤다.
옛 화신백화점 자리에 들어선 종로타워 빌딩의 스카이라운지(33층). 건물 외관은 건축양식에서 따왔다는 이름(탑클라우드) 그대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모양이다.
4면 모두 타원형 유리벽으로 꾸며져 있고 실내의 천정 높이가 9m나 돼 바깥경치를 조망하며 식사하는 분위기가 그만이다. 종로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산,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절경들이 타원형 유리창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식사 메뉴는 미국 캘리포니아식 퓨전푸드. 귤소스를 얹은 농어구이, 지중해식 해산물 모듬구이, 거위간 딤섬, 겨자소스로 맛을 낸 소고기 육회, 바삭바삭한 빵으로 싼 삭스핀 등이 가장 인기 있다. 가격은 7,000원대에서 3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식당(그릴)에서 양 옆이 유리로 장식된 공중 브리지를 건너면 커피나 음료, 주류를 주로 취급하는 카페가 있다. 카페간이무대에서는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피아노와 색소폰, 클라리넷 연주와 함께 국내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그릴 안쪽엔 8평 규모의 시가 바(Cigar Bar)가 마련돼 있다. 시가 마니아들에게 도미니카산 다비도퍼와 쿠바산 하바나 등 20여 종의 시가를 제공한다.
유리 벽면에다 바닥에 은은한 조명이 설치된 화장실은 '서울에서 가장 전망 좋은 화장실'로도 유명하다. (02)2230-3000~6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 22층에 자리한 '토파즈(Topaz)'는 정면으로 북악산과 인왕산, 경복궁과 청와대, 좌로는 덕수궁, 우로는 종로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통 프랑스 레스토랑.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광화문 네거리 일대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행렬이 볼 만하다. TV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며, 청와대 구석구석이 워낙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 때는 '상부의 지시로'낮에 커튼을 함부로 걷지 못하였다는 일화도 있다.
메뉴는 점잖은 르네상스풍 인테리어가 말해 주듯 정통 스타일이다. 일품요리로는 향신료 버터를 바른 바닷가재 구이와 캐나다산 킹크랩 요리, 거위간 요리 등이 입소문이 나 있다.
낮에는 전채ㆍ샐러드 뷔페 코너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2만원대의 직장인을 위한 런치세트도 선보인다. 레스토랑 옆에는 알코올 성분이 약한 스페셜드링크와 주스류, 커피를 주로 취급하는 바가 있다.
호텔 관계자는 "비 내리는 가을 오후엔 토파즈 바를 찾아오는 단골이 유난히 많다"며 "그랜드 피아노의 은은한 선율 속에 모카 커피를 들며 내려다보는 도심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라고 자랑한다. (02)310-7374
서울에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카이라운지. 오랫동안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1순위로 꼽혀온 명소다. 여의도와 마포의 현대식 빌딩 타운과 한강을 낀 서울의 야경이 일품이다. 피자와 스파게티(스카이피자)나 정통양식(스카이뷰), 칵테일과 커피(스카이바)를 두루 즐길 수 있는 점도 매력.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의 3중주가 깔리는 양식당 스카이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스테이크와 바닷가재 요리도 정평이 나 있다. 바닷가재는 대형 수조에서 고객들이 직접 고르면 즉석에서 찜이나 구이 등으로 조리해준다. 파스타 중에는 토마토소스를 얹은 달팽이스파게티가 별미 중의 별미.
스카이바는 연인들 사이에 칵테일 전문 바로 명성이 높다.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프로즌데퀴리, 쿠바 독립을 축하하면서 마셨다는 쿠바리버 등 이름과 내력이 독특한 수백종의 칵테일이 7,000~9,000원대에 제공된다.
안심볶음 샐러드, 훈제연어, 멕시칸샐러드, 모듬카나페 등 칵테일에 어울리는 안주도 푸짐하다.(02)789-5904~5
유람선 떠가는 한강의 밤 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쉐라톤 워커힐호텔의 스카이라운지 바. 탁 트인 통유리 아래로 가까이 한강과 아차산, 멀리 강남 송파에서 강북 상계동까지 서울의 4계가 한 눈에 펼쳐진다. 세계적인 팝 가수 마이클 잭슨도 이곳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서울 체류일정 중 가장 오랫동안 머문 곳으로 유명하다.
실내 분위기는 일반적인 바 분위기와는 달리 고풍스러우면서도 점잖다. 엷은 톤의 할로겐 조명과 원목으로 마감한 돔 형태의 천정 등이 푸근하고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여느 호텔 업장과는 달리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하며 중앙 홀에 위치한 무대에선 매일 밤 8시 20분부터 12시 35분까지 라이브 재즈공연이 열린다. 바텐더의 현란한 칵테일 쇼를 보면서 재즈공연도 관람할 수 있도록 바가 2층 형태로 꾸며져 있다.
안주로는 지중해 해산물모듬요리와 밀라노식 송아지 안심튀김이 일품. 음료나 칵테일은 1만원 안팎으로 호텔치곤 비교적 저렴하다. (02)450-4516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빌딩 서관 19층에 자리한 스카이라운지는 테헤란 밸리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일식당(겐지) 중식당(피닉스) 이탈리아식당(일폰테) 바(오크룸) 펍레스토랑(큐) 등 5개의 특화된 업장이 들어서 있다.
유럽의 노상 카페처럼 꾸민 '일폰테'는 TV드라마 '애인'과 '목욕탕집 남자들' 등에도 등장한 명소. 일식당은 40여종의 정통 일식 요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주말 일식 뷔페로 유명하다. 뷔페 가격은 점심의 경우 어른 3만 2,000원, 어린이 1만 7,000원.
호텔 뺨치는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포스코 빌딩 1층 로비 입구에 도착하면 직원들이 무료로 주차를 대행해주며 전용 엘리베이터부터 원하는 업장의 테이블까지 직접 안내도 해준다.
한 식당에서 다른 식당의 음식도 즐길 수 있다. 중식당을 찾은 일행 중 일부가 일식이나 이탈리아식을 원하면 똑같이 주문을 받아 해당 식당으로부터 메뉴를 배달해오는 식이다. (02)3457-4800~2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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