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만에 치열한 경합을 벌인 2000년 미국 대선은 선거자체의 혼란을 낳았을 뿐 아니라 미국의 유권자들이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민주ㆍ공화당 양쪽으로 뚜렷하게 분열돼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8일 '극단으로 분열된 유권자' '양 당의 팽팽한 대립과 균형'으로 인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국가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될 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CNN,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출구조사 컨소시엄인 VNS(Voter News Service)가 선거당일 유권자 1만3,13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과 소수인종, 저소득층, 대도시 거주자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편에 섰고, 남성과 백인, 고소득층, 농촌 거주자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흑인의 90%, 히스패닉의 62%가 고어를 선택해 소수인종과 백인의 첨예한 대결상을 보여줬다. 또 대도시 거주자의 61%가 고어편에, 농촌 지역 거주자의 59%가 부시편으로 뚜렷하게 갈렸고 저소득층일수록 고어지지율이 높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경쟁과 통합에 기초한 미국의 번영과 발전이 계층, 인종, 도농간의 대립과 분열로 장애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중시하는 정책사안과 지지 후보간의 상관성을 분명하게 보여줬다.세수정책을 중시하는 유권자의 80%가 감세를 주장한 부시를 지지한 반면 보건ㆍ의료정책을 우선시한 유권자들은 60%가 고어를 지지했다.
또 총기를 소유한 유권자의 61%가 부시를, 노조원의 62%가 고어편으로 갈렸다. 이 같은 현상은 고어와 부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지 자신의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하는데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대통령 선택기준과 후보 지지도간의 상관성도 나타났다.
유권자중 65%가 후보선택에 있어 정책이 중요하다는 답했는데 이들 중 55%가 고어를 지지했으며, 후보자의 리더십과 자질이 중요하다고 답한 35%중 62%가 부시를 지지했다. 민주와 공화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어느 때보다도 전통적인 지지층에 의존했으며 중립적인 유권자들도 정확하게 양분돼 유권자들이 지지당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의 86%, 공화당 지지 유권자의 91%가 각 당의 후보를 선택했으며 무당파 유권자도 고어 45%, 부시 47%로 반으로 갈라졌다. 뉴욕 타임스는 양당으로의 뚜렷한 분열현상에도 불구, 각 당의 정책중 상당 부분이 상대당의 것을 모방하며 중간지점으로 수렴돼 미국정치가 탈이데올로기 또는 반(反)이데올로기 단계로 접은 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미국 사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유권자의 65%가 미국이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답했으나 도덕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유권자의 57%가 잘못된 길로 빠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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