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조조정,마지막 기회다 / (4)흔들리는 펜더멘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구조조정,마지막 기회다 / (4)흔들리는 펜더멘탈

입력
2000.11.10 00:00
0 0

구조조정의 목적은 생존의 방편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이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소극적인 구조조정은 또 다른 부실을 낳게 되고, 왜곡된 구조조정의 악순환 속에서 경제 펀드멘털은 더욱 취약해 질 수 밖에 없다.부실기업에 발목이 잡힌 은행 돈은 부가가치 생산에 투입되지 못한 채 극소수 대형ㆍ우량기업과 가계대출로만 쏠려 건실한 기업들이 흑자도산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고 증권시장도 빈사 직전이다. 자금과 자원의 혈류(血流) 장애는 업종ㆍ기업간 양극화를 부추겨 우리 산업의 허리를 동강낼 판이다.

그동안 거시 경제지표를 지탱해 온 무역의 경우 상위 5대 수출품목 의존도는 90년 24.8%에서 중반 이후 30%대로 심화하다 올들어 41.4%까지 치솟았다. 장기전략에 따른 구조조정 부재는 반도체와 기타 주력업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D램가격 폭락으로 손익분기점을 위협받고 있고, 고부가 비메모리분야는 여전히 걸음마상태다. 자동차도 세계 자동차시장의 제휴ㆍ합병 물결속에 해외 일류업체들에 안방까지 내준 채 언제 '왕따'신세로 전락할 지 모르는 위기상황이지만 특단의 경영전략도, 기술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수주액 세계 1위로 희색이 만면한 조선업계는 눈 앞의 열매에 취한 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의 방향선회에 미적대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근(李根) 교수는 "기업퇴출 발표 직후 주가가 오른 것은 묶여 있던 자금과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동하게 됐다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부실기업 퇴출은 단지 하나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산업경쟁력 확보의 절박성은 기술력에서도 확인된다. 산업자원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산업기술력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고작 70.7점. 첨단기계나 환경분야 기술력은 선진국과 7년 이상의 격차로 벌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정부의 연구ㆍ개발(R&D) 투자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특히 산업기반정책의 핵심인 정부의 R&D투자 비중(98년ㆍ26.9%)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턱없이 못미치고 인근 경쟁국인 대만(39.2%) 수준에도 미달하는 실정이다.

산자부는 내부자료에서 "현 수준의 기술개발 투자로는 기술력에 있어서 선진국과 경쟁하기는 커녕 후발 개도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금융위기ㆍ외환위기가 아니라 '산업 위기ㆍ펀드멘털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이제민(李濟民) 교수는 "우리 경제는 지금 구조조정 성패가 아니라 경제 회생의 기로에 서 있다 "며 "정부가 R&D투자, 규제 철폐,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원론적인 산업기반 정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화섬 유화 등 스스로 활로를 찾지 못하면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업종도 산재해있다. 산자부 이재훈(李載勳) 산업정책국장은 "기업 구조조정 이후는 장기 전략에 기초한 업종 자율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