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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재판 표정 - 배·연·정씨 한동안 자리서 못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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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로비' 재판 표정 - 배·연·정씨 한동안 자리서 못일어나

입력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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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순간검은색의 차분한 정장차림으로 오전 9시50분께 법정에 나온 다섯 여인들은 법정에 들어서자 각각 서로를 의식한 듯 떨어져 앉아 여전한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오전 10시10분 재판이 시작한 뒤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배ㆍ연ㆍ정씨는 재판부가 20여분에 걸친 유ㆍ무죄 판단 및 양형이유를 설명한 뒤 배씨와 정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연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연씨는 "다른 사람들의 음모에 의해 내 이름이 마음대로 거론되는 바람에 지난 2년 동안 너무 시달렸다"며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무죄인 만큼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거액의 옷값대납 요구와 관련돼 시종일관 위증한 혐의가 인정된 배씨 역시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로부터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정받은 정씨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남편과 함께 재판정을 급히 빠져나갔다.

이어 열린 이씨 자매의 선고에서 재판부가 "위증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나온 이씨의 아들과 친척들로부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씨는 "나에 대한 모든 진실이 밝혀져 너무 홀가분하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부의 부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대휘ㆍ 金大彙 부장판사)는 선고 직전 이례적으로 위증 사건 재판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는 등 조심스런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재판은 기본적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만을 판단할 뿐 옷로비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재판이 아니다"면서 "무죄 선고가 나더라도 위증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서일 뿐, 이 판결로 증언내용이 진실이라는 반대추론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지난 4월 첫 재판 이후 연씨, 정씨와 건강관계로 변론을 포기한 배씨에 대해서는 5차례, 첨예하게 무죄를 주장해온 이씨 자매에 대해서는 9차례 재판을 진행하면서 수사기록을 포함, 12책 7,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재판기록을 검토해왔다.

◇검찰, 특검 표정

옷로비 의혹사건을 '이씨 자매의 자작극'으로 규정했던 검찰은 이씨 자매의 무죄 선고 소식을 듣고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소유지를 담당한 서울지검 공안1부(박 만ㆍ朴 滿 부장검사)는 "모두 거짓말을 한 것이 명백한데 이씨 자매에 대한 무죄판단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씨가 남편구명을 위해 로비를 벌이다 포기한 것이 사건의 실체라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며 곧바로 항소의사를 밝혔다.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로 활동했던 변호사들은 심중을 드러내기가 부담스러운 듯 말을 삼가면서도 특검의 수사결과가 대부분 반영된 법원 판단을 대체로 수긍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특검 수사관으로 일했던 김도형(金道亨)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쌍방에 모두 무죄 선고를 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며 "알선ㆍ청탁 행위 없었다면 옷로비의 실체가 없었다는 말과 다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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