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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희망이 있는한 새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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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희망이 있는한 새봄은 온다

입력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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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볕도 안드는 음습한 인천의 반지하 셋방에서 우리 부부는 신혼살림을 시작했다.산골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혼자 도회지로 나와 신문팔이며 책 월부장사를 하며 고등학교를 겨우겨우 졸업한 나로서는 어쩔수 없는 출발이었다.

서울의 직장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새벽 6시면 전철을 타야 했고, 일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이삿짐센터에서 일당 5만원짜리 일을 해야하는 고당한 생활이었지만, 그렇다고 삶까지 누추하지는 않았다. 희망이라는 것이 늘 등불처럼 깜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11년간 월세 전세를 전전하다가 드디어 우리 가족은 서울에 작지만 깨끗한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할 수 있었다. 그사이 우리 부부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에 다니는 두 딸까지 예쁘게 자라줘서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행복한 오늘이 있어 지난날의 고생들이 더욱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내 월급으로는 생활이 힘들어 아내는 생활설계사 일과 옆집의 맞벌이부부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로 돈을 모았다.

또 우리 부부는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때 신문이나 광고지, 빈병들이 보이면 무조건 주워 집으로 가져와 종이박스에 넣어 차곡차곡 쌓아 한 두달마다 몇 만원씩 받고 고물상에 팔았다.

그렇게 모인 돈을 꼬박꼬박 아이들의 통장에 저금을 했더니 이제는 아이들도 작은 것이 큰 것이 되는 기븜을 알아 가르치지 않아도 절약할 줄 알게 됐다.

또 남들처럼 근사한 외식 한번, 여행 한번 못시켜 줄 뿐 아니라 남들 다 시킨다는 과외도 시킬 수 없어 우리 가족들은 휴일이면 같이 손잡고 근처 도서관을 찾는다.

거기서 아이들의 공부도 봐주고, 또 우리 부부도 책을 빌려 읽었다. 싸가지고 간 도시락에 컵라면으로 외식을 대신하고 도서관 잔디밭에 누워 여행온 기분을 대신하지만 다른 누구의 외식이나 여행보다 행복했다.

나도 도서관을 나가며 배움에 갈증을 느꺼 뒤늦게 방송통신대를 다니며 대학공부를 하고 있고 아이들도 학교에서 회장, 반장을 맡으며 공부를 잘 하고 있어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싶다.

겨울로 접어들어 날씨도 추워진데다가 제2의 경제위기가 온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고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희망마저 잃어 버릴때 진짜로 불행해 지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 지더라도 희망의 끈만은 놓지 말고 이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

이응춘 서울 양천구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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