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15일 본회의상정 합의여야가 검찰총장 등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키로 합의함으로써 17일 이에 대한 여야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회법은 본회의 보고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표결안을 상정하기 위해선 17일의 의사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만큼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상정을 무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어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간 막후 절충에서 극적인 타결이 이뤄져 한나라당이 표결안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할 수도 있으나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실제 표결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되겠느냐"고 반문한 것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된다.
탄핵 표결안이 상정되면 한나라당은 가결을 위해 총력을 쏟겠지만 민주당은 몇 가지 전술적 방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 자민련과 무소속의 전폭적인 협조를 얻어 표결안 상정을 전후해 본회의장을 퇴장, 표결을 부결 또는 무산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행동통일을 위해선 퇴장 방식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본회의 보고에 합의한 것은 이미 자민련의 협조 내락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 각자의 내부 표단속을 거쳐 실제 무기명 비밀 투표가 이뤄진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마지못한 선택" 민주 '긴장'
민주당은 8일 검찰총장 등의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키로 전격 선회한 데 대해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도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여야 총무접촉이 있기 직전까지 "탄핵소추안은 사유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본회의에 보고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에 비추어 보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균환 총무가 본회의 보고에 합의한 이후 상황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 서영훈 대표와 김옥두 총장 등이 긴급 구수회의를 가졌을 정도로 이날 합의는 전격적이었다.
국회 파행 방지라는 명분 이외에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대략 세가지가 꼽힌다. 우선 이만섭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앞세운 원칙론을 굽히지 않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또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사태 이후 모든 국회 운영을 국회법에 따르겠다고 공언해 온 것도 본회의 보고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경우 절대적인 관건인 자민련의 협조를 얻는 데도 이같은 절차는 필수적이다. 즉 민주당은 솔선해서 국회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민련의 숙원인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법대로' 상정ㆍ처리하자고 한나라당을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태성기자
■"2與 공조하나"… 한나라 '경계'
한나라당 의석수는 총 133석이다. 자민련이나 무소속에서 4석만 가져오면 재적 과반수를 채워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게임이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앞장서 추진했던 의원들은 "자민련 내에 검찰을 응징해야 한다는 의원들이 적지 않고, 민주당 내에서도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면서 "남은 기간 이들과 무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하면 탄핵소추안 통과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의 15일 본회의 보고에 합의한 직후인 8일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와 총무단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정창화 총무는 "민주당 정 총무가 정면돌파 하겠다고 했다"면서 "이미 자민련과의 작업이 다 끝났다는 것인지, 앞으로 남은 기간 단속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표결로 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나름대로 자신 있으니까 본회의 보고에 합의해 준 것 아니겠느냐는 의미였다.
김무성 수석 부총무의 언급은 보다 직접적이었다. 그는 "민주당이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자민련과 무언가 말이 오갔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자민련이 목을 걸고 있는 원내교섭단체 문제를 포함,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민주당이 해준 것 아니겠느냐"고 읽었다.
아닌게 아니라 강경파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을 당시부터 한나라당 내에는 '전략적 미스'에 대한 지적이 없지 않았다. 탄핵소추안 저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청와대ㆍ민주당ㆍ검찰이 자민련을 그냥 둘리 없고, 결과적으로 민-자 공조 복원의 길을 한나라당쪽에서 먼저 터준 꼴 아니냐는 우려였다.
"저쪽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니느라 바쁘겠지만, 우리로선 뾰족하게 할 일이 있나"란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저간의 배경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구애 즐기자" 자민련 '느긋'
자민련 이양희 총무는 8일 고위 당직자·의원 연석회의에서 검찰총장 및 대검차장 탄핵소추안에 대한 보고를 하며 "진행상황을 두고 보겠다"며 당론결정을 늦췄다. 이날 낮 총재인 이한동 총리가 마련한 오찬에서도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탄핵안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전날 이양희 총무를 찾아와 "탄핵안이 통과되면 나라가 결딴 난다"며 읍소에 가까운 SOS를 치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국회법 개정 검토설을 흘리는 등 양당의 '자민련 껴안기'를 즐기는 분위기다.
자민련의 느긋함은 막판까지 양당과 물밑접촉을 별여 국회법 개정안 문제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찬반 어느 한 쪽으로도 쉽게 정할 수없는 복잡한 내부사정도 있다.
당 지도부가 민주당 기대대로 반대당론을 정해도 소장파의 반발 등이 예상돼 일사분란한 당론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국기자
■이만섭의원 중재안 결정적 역할
여야가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 보고ㆍ처리 문제에 전격 합의해 국회 파행을 모면하는 과정에서 이만섭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의장이 탄핵안을 국회법에 따라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친정인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냈다.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7일 저녁 이 의장을 찾아 "탄핵안을 8일 보고해야 한다는 당론을 바꿔 14일 보고, 16일 처리로 물러설테니 의장이 중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의장은 7일 밤 여야 총무들과 연쇄 전화접촉을 갖고 '15일 보고, 17일 처리' 카드를 제시했다. 이 의장은 8일 아침 여야 총무회담 직전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만나 "여야 타협이 안되면 시정연설, 대표연설도 못하고 국회가 파행된다"며 '탄핵안 보고 불가' 당론 철회를 거듭 요청했다.
곧 이어 열린 여야 총무회담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이 의장은 6일에도 여야 총무들을 만나 '17일 이후 탄핵안 보고'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었다.
이 의장은 기자와 만나 "나라가 어렵고 사회가 불안할 수록 국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여야 타협을 유도했다"며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해야 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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