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리 장정에 나선 10개 시도 건각들의 입가에도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올 만큼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하지만 매서운 찬 바람이 오히려 건각들의 북상길을 재촉, 4개의 소구간기록이 나왔다. 부산에서 출발한 북상길은 어느새 남부지역 끄트머리인 김천에 이르러 중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충북이 끝내 일을 저지를 모양인지 7개 대구간으로 나눠진 부산~서울 대역전 경주대회 3일째인 8일 제3대구간인 대구~김천(76.1㎞)마저 1위(3시간53분38초)로 골인, 초반 3개 대구간을 모두 석권했다. 7개 전 대구간 석권은 95년 서울이 작성한 이후 한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아 충북의 대기록 달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1진급 선수들이 이틀 연속 완주한 각 시도 팀은 이날 2진급 선수들로 한 템포 쉬어가는 작전을 세웠다.
따라서 선두 충북의 발목을 잡기 위한 서울 경기 경북의 거센 도전이 예상됐으나 선수층이 두터운 충북을 압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북은 1소구(대구~태전)구간서 유영진이 구간기록으로 골인, 선두에 나선 이후 허장규 서현수 등 신예들도 구간기록을 세우는 등 고른 활약으로 8개 소구 내내 선두를 내놓지 않고 김천에 선착했다. 충북은 종합기록서도 12시간47분56초로 종합 2위 경기(12시간55분22초)를 7분26초차로 앞섰다. 대회 이틀째까지 부진하던 서울은 이성운 김희성이 소구간 1위를 차지하는 활약에 힘입어 3시간56분03초로 대구간 2위를 차지했고 경기는 3위(3시간57분5초)로 골인했다.
지난해 이 대구간서 1위를 차지했던 경북은 미남 마라토너 김민우가 제5소구에서 1위로 골인하는 등 활약을 펼쳤으나 뒤를 받쳐주지 못해 4위(3시간57분53초)에 머물렀고 5~10위에는 전남 충남 대구 대전 부산 경남이 랭크됐다.
한편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유영진 허장규 서현수(이상 충북)와 경기 박상문이 4개의 소구간기록을 세우며 기염을 토했다.
/김천=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역전스타
'소구간 신기록' 유영진
지난해까지 충북 2연패(連覇)의 주역이었던 유영진(21ㆍ서원대ㆍ사진). 지난해 최우수선수(MVP)의 명성에 걸맞게 1,400리 중간지점을 목전에 둔 이날까지 한 차례도 선두를 뺏기지 않은 충북의 저력은 유영진(21.서원대)에서 나온다.
첫날 제1대구간 첫 소구간(부산시청~남산동)에서 전남의 제인모에 1위 자리를 놓쳤던 유영진은 이틀째 제2대구간 5소구간(영천~금호)에서 1위에 오른뒤 이날 대구~김천 제3대구간 첫 소구간(대구~태전 10.6㎞)서도 30분37초로 1위를 차지했다.
98년이후 이 구간서만 3연속 1위. 지난해 자신이 세운 소구간기록(30분44초)을 7초 단축했다. 특히 올 전국체전 5,000m서 자신을 3초차로 꺾었던 `마라톤 명가' 코오롱의 기대주 지영준(충남)과 맞대결에서 12초차로 눌러 기쁨이 더욱 컸다.
유영진은 “잔부상으로 슬럼프 상태에 있었으나 역전경주에 참가해 북상하는 사이 몸이 풀렸다. 개인성적보다는 팀 기록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예정인 유영진은 역전대회서 98년 최우수신인상, 99년 최우수선수상을 수상,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로서 확고히 자리잡은 예비스타다.
/김천=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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