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드라마는 한바탕 소동과 함께 '블랙코미디' 같은 해프닝을 보여주었다.'40년만의 최대대결'이라고 할만큼 큰 관심을 모았던 이번 선거에서는 초기 출구조사결과가 최소되는 소동에 이어 8일 새벽(현지시간)에는 재검표 결정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CNN등 주요 방송들은 공화당의 조지 W.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간의 표 차이가 총투표자의 0.5%미만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플로리다 주법에 따라 8일 오후 재검표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하며 앞서 부시 후보의 대통령 당선사실을 취소한다고 보도했다..
■ 재검표 경위
플로리다주의 캐더린 해리스 국무장관은 8일 새벽(현지 동부시각) 기자회견을 갖고 "조지 W. 부시 후보와 앨 고어 후보의 표차가 700표 이하로 나왔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재검표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주법에 따르면 두 후보 사이의 표차가 총투표수(600만명)의 0.5%(3만명)보다 적으면 재검표하도록 돼있다.
CNN은 "최종집계결과 부시가 고어보다 224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정부가 집계결과를 취소함에따라 부시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를 271명에서 246명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AP의 비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부재자투표가 집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부시가 고어보다 1,655표를 더 얻었다.
플로리다주는 "부재자 투표 대상자인 58만5,000명에게 투표용지를 보냈고 6일 41만 6,000표가 되돌아왔다"며 "참고로 1996년의 경우 2,30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CNN 등 주요방송은오전 2시께 선거인 25명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부시가 3만표 차이로 승리한 것으로 보도하면서 최종 확보한 선거인단수가 부시 271 대 고어 249로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 재검표 방식
모든 투표함이 재검표실로 보내지며 투표용지 50묶음씩을 투표수 기재용지와 함께 재검표팀에게 넘겨진다. 모든 과정은 각 후보의 대리인들의 감시 하에 집행한다.
선관위직원들은 재검표 소요기간에 대해 "해외에서 이송되는 표가 있어서 얼마나 걸릴 지확실하지 않다"며 "1996년 대선의 경우 해외부재자투표가 도착하는데 10여일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1988년 상원의원선거때도 당시 코니맥의원과 버시 맥케이의 표차이가 적어 재검표사태가 벌어졌으며 맥케이는 8일후 재검표가 완료될 때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 전국 개표표정
고어와 부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플로리다(선거인단 25명)에서 초반부터 대혈투를 벌이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오후 8시께 나온 초반 출구조사결과는 고어의 승리였다. 하지만 10시께 부시진영이 출구조사 기관인 VNS(Voter News Service)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결과가 취소된 이후 8일 새벽이 되도록 승부가 베일에 싸였고 전국의 눈이 플로리다로 쏠렸다.
이에 앞서 고어는 오후 8시께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조지프 리버만 부통령 후보와 머물며 초반출구조사결과 플로리다에서 이긴 것으로 나타나고 나머지 격전지이던 미시간주(18)과 펜실베이니아주(23)마저 잇따라 차지하자 환호성을 올렸다. 하지만 10시께 출구조사를 토대로 한 플로리다 결과가 취소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다.
플로리다주의 출구조사 발표후 고어승리를 못박았던 CNN등 주요 방송들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한편 초반판세가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기자회견장소를 바꾸는 등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던부시의 얼굴이 밝아졌고 이어 테네시주, 아칸소주의 승전보가 들어오면서 들뜨기 시작했다. 부시진영은 오후 7시 텍사스주 의사당 앞에 임시로 마련한 연단에서 취재진에게 선거종료소감 등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개표상황이 접전으로 가자 오후10시 이후로 기자회견을 늦춘 채 수천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주지사 관사주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결과를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갔다.
■재검표 사태의 원인
미국의 주요언론이 하룻밤 사이 두번씩이나 세계적인 오보를 냈던 배경은 일단 출구조사의 원자료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잘못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언론가들은 8일 오전 "의심되는 조사 자료가 오보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돼지만 정확히 왜 일어났는 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번 출구조사를 주도한 주요언론의 컨소시엄인 VNS에 참여한 CBS의 킴 아크타르 대변인도 "CBS가 다양한 자료를 통해 검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VNS가 플로리다 남부와 시차가 있는 북부지역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역사학자들은 "1948년 시카고 트리뷴이 해리 트루먼이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토머스 듀이가 당선한 것으로 오보했던 사례이후 사상 초유의 에피소드"라며 주목하고 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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