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8일 친구 이모(37·여·서울 강남구 삼성동)씨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 내렸다가 입이 딱 벌어졌다.자신의 동네인 면목역이 바닥과 벽체를 평범한 타일로 처리한 반면 강남구청역은 대리석으로 치장돼 있었다. 다른 역에서는 볼 수 없는 예술작품들도 눈길을 끌었고 출구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더군다나 지하철역을 나와 찾아간 이씨의 집은 어린이공원과 불과 30㎙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김씨는 어린이공원이 없어서 교통사고의 위험을 안은 채 큰길에서 놀아야만 하는 자신의 아들(6)을 떠올라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존심이 상한 김씨는 친구에게는 전화로 다른 핑계를 댄 뒤 집으로 돌아갔다.
서울시의 강남·북 지역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어린이공원, 병상수, 지하철역 공사비에서조차 강남·북 지역은 2∼9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시 본청에 근무하는 3급 이상 공무원의 40% 이상이 강남구와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시가 서울시의회 조양호(趙養鎬·민주당)의원에게 제출한 시정질의 자료에 따르면 강남·북지역의 어린이공원은 숫자와 면적에서 최고 5배까지 격차가 있었다.
서울시의 25개 자치구중 어린이공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초구로 모두 90곳에 4만6,542평에 달하는 어린이공원이 있었다. 그 다음이 송파구로 71곳에 3만764평이었고 강남구가 63곳에 2만9,76평이었다.
그러나 성북구는 어린이공원이 모두 16곳에 9,349평에 불과했고 동대문구도 21곳에 1만442평뿐이었다.
의료기관 시설 면에서도 강남·북의 격차는 여실히 확인됐다. 강남구가 종합병원 3곳과 시립병원 1곳 등 모두 2,925개의 병상수를 보유한 반면 중랑구는 종합병원 1곳에 병상수가 불과 134개였다. 서초구의 병상수도 1,534개나 됐지만 강북구는 294개에 그쳤다.
심지어 지하철 역사의 공사비조차 강남·북 지역이 차이가 나 시에서 지역 불균형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중랑구 면목동의 7호선 면목역의 공사비는 39억5,300만원이었지만 강남구 삼성동의 강남구청역은 무료 61억9,100만원의 공사비를 썼다. 중랑구 사가정역의 공사비도 38억4,500만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치구 예산규모와 서울시의 안일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강남구의 예산은 2,254억에 달하지만 도봉구의 예산은 강남구의 절반도 안되는 911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의원은 “서울시 본청 3급이상 공무원 50명의 거주지를 조사해본 결과 강남구에 13명, 서초구에 8명 등 모두 21명이 강남구와 서초구에 살고 있었다”며 “서울시가 강북 주민들의 허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남·북 지역의 불균등한 발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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