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퇴출 기업 명단 발표를 몇 시간 앞둔 지난 3일 오전.전날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노동부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간부들은 장관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부실 퇴출에 따른 노사관계 지원 및 고용안정 대책'이라는 자료가 배포됐다.
자료에 담긴 노동부 대책은 “11·3 퇴출 조치로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도 미지급된 임금ㆍ퇴직금에 대한 정부의 보전 및 실업급여 지급 등 기존 실직자들이 받던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노동부는 왜 `별다른' 퇴출에 `별다르지 않은' 대책을 내놓아야 했을까. 해답은 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상수(李相洙ㆍ민주) 의원은 질의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부실퇴출을 발표하면서 노동부와 사전에 협의했는가” “노동부가 퇴출 결정과정에서 고용대책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후에 통보만 받아서 이처럼 한심한 대책이 나온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장관이 구조조정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했다”고 답변했다. 사실이라면 실업문제 주무부처가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한 노동전문가가 기자에게 보내온 e메일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퇴출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실직자 수를 최소화하고 실업예산 확보 등을 관철해야 할 노동부가 `이번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수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제부처의 하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노동부 없는 부실 퇴출'이 노동계의 반발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결론에 정부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leeeunho@hk.co.kr
이은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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