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하향평준화효과'란 용어가 있다. 경쟁상대끼리 같은 조건에서 우열을 겨룰 때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을 함께 묶어 놓으면 잘 하는 사람의 성적이 나빠지고 못하는 사람의 성적은 향상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서 나온 말이다.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향평준화효과'가 있는 이상 `상향평준화효과'도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골프에서 이 효과는 상당한 효력을 발휘한다. 하이 핸디캡 골퍼들과 내기해서 돈 따먹는 재미에 로우 핸디캡 골퍼들과의 라운드를 꺼리는 골퍼들이 간혹 있다. 내기는 하지 않더라도 고수와 라운드하면 어쩐지 힘이 들어가고 플레이가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고수를 꺼리는 골퍼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호랑이를 잡으려는 사람이 호랑이굴을 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골프채를 잡은 이상 평생 더 나은 스코어를 향한 욕심과 꿈을 접을 수는 없다. 골퍼는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선 사냥꾼이다.
사냥꾼이 호랑이굴을 무서워 피한다면 평생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 보다 나은 스코어를 원하는 골퍼가 고수를 피한다는 것은 곧 더 이상의 실력향상을 포기하고 현재 상태에서 안주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끝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골퍼의 자세가 아니다.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선 사냥꾼이 토끼나 너구리를 잡으며 만족하는 셈이다. 진정한 사냥꾼의 모습이 아니다.
고수들과 라운드를 하면 핸디캡을 받고도 스킨스 한두 개 챙기기도 어렵고 주눅이 들어 제 실력 발휘하기도 힘들겠지만 골프의 세계를 제대로 맛보려면 고수들 틈에서 시달리는 것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고수들과 플레이하면 3명의 동반자 모두가 훌륭한 스승이 된다. 고수들의 한 샷 한 샷이 바로 가르침이다. 골프연습장에서 레슨프로로부터 배우는 것 이상의 생생한 가르침을 보고 배울 수 있다.
고수들과 플레이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력이 향상되고 골프가 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른바 상향평준화효과를 보는 것이다.
하수들과의 플레이에서는 긴장이 풀리고 자만에 빠져 평소 있던 실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기량이 향상되기는커녕 퇴보하기도 한다.
맹수를 쫓는 사냥꾼들 틈에 끼어 따라다녀야 맹수를 잡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