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린 올 프로야구는 출범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1982년 출범이후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프로야구는 올 시즌들어 급격하게 관중이 감소했다. 야구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금 프로야구는 위기”라고 말한다. 올 시즌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총 250만7,549명.지난 시즌(322만624명)보다 무려 22.4%나 줄었다. 경기당 관중수도 지난 해 7,172명에서 6,077명으로 감소했다. 95년 처음으로 500만관중을 돌파,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던 게 엊그제 갖은데 불과 5년새 300만명이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구단간의 전력차가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시즌 개막전 꼴찌팀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98시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프로야구단을 가지고 있는 일부기업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자 부자구단에게 선수들을 팔아 구단을 운영했다. 이 때문에 구단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다.
또다른 요인은 스타선수들의 해외진출이다. 스타플레이어들이 외국으로 이적하면서 프로야구를 대표할 만한 선수가 없다. 최근 홈런왕으로 자리매김한 이승엽(삼성) 정도가 `전국구 스타'이다. 또 고졸이나 대졸 유망주들도 기회만 닿으면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을 필두로 수십명의 유망주가 해외에서 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는 프로야구의 미래를 걸머질 재목들이 없어 각 구단마다 선수확보에 아우성이다.
이 같은 내부적인 요인만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박찬호(LA 다저스)의 미국 진출, 선동렬의 일본 진출 등으로 국내 야구팬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거의 매일 안방으로 생중계되는 미ㆍ일 프로야구 경기를 접한 야구팬들은 자연스레 수준이 떨어지는 국내야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아직도 프로야구팀을 모기업의 액세서리쯤으로 여기는 구단주들의 편향된 시각 또한 인기를 시들하게 하는 요인중 하나다. 프로야구를 하나의 기업 또는 산업으로 여기지 않고 성적만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그릇된 인식이 자연스레 구단에게도 전염되어 있다.
물론 구단관계자들은 “프로야구 흥행을 도외시하는 구단은 없다. 다만 아직까지 프로스포츠가 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다”고 항변한다.
일면 타당한 말이다. 제대로 된 구장 하나없는 상황에서 팬들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극장시설이 잘 되어있어야 관객들이 찾는다. 경기시설과 관련된 인프라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기가 재미있으면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시리즈 6,7차전이 벌어진 수원구장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만원사례를 이룬 게 좋은 예이다.
지금으로서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것만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다. 구단관계자들도 반성해야 하지만 프로야구 지도자들과 선수들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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