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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더, 플로리다서 2% 득표 고어 발목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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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더, 플로리다서 2% 득표 고어 발목잡아

입력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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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 네이더는 이번 대선의 훼방꾼인가."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의 표를 잠식해 대통령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더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양대 정당 후보가 1% 포인트 내외의 차이로 접전을 벌인여러 주에서 2~4%를 얻어 고어 후보의 표를 잠식했다. 그가 얻은 표는 전국적으로 3%정도에 달하며그 중 반 이상은 네이더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고어 후보에게 돌아갈 표였던 것으로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그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선거기부금도별로 받지 못한 열악한 상황에서 플로리다, 미네소타, 미시간, 오리건, 워싱턴,위스콘신 등 고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접전을 벌인 여러 주에서 선전해고어 후보에게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특히 공화 민주 양당이 49% 대 49%의 혈전을 벌인 플로리다주에서 네이더는 2%를 득표,고어 후보에 치명타를 입혔다. 오리건주에서는 네이더가 4%를 득표한 것으로나타났는데 네이더에게 투표한 사람들 중 61%가 네이더가 아니었다면 고어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대답했고 10%만이 부시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대답했다. 네이더는 양대 후보가 1% 포인트차로 접전을 벌인 위스콘신주에서도4%를 득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7일자에서 네이더가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그의가장 큰 성과는 지지자들의 관심을 선거당일 득표율보다는 워싱턴의 양당 정치인들을감시하고 그들에게 도전할 진보적인 정치개혁운동을 구축하는 쪽으로 쏠리게 한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선전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이 확산되고 보건과빈곤문제에 대한관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년간 양당제도를 구축해온미국 정치권에 제3의 당 출현 가능성을 던져줬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독일에서는현재 환경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녹색당이 2년 전 사상 처음으로 집권사민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는 등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에서도 환경문제에 대한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선전한 것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라는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네이더 후보는 막판 선거운동에서 기업처럼 돼버린 정치권력과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는 기존의정치풍토를 비판하는데 주력하면서 부시 후보와 접전을 벌인 고어 후보쪽으로 표를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을 비난했다. 네이더에게 위협을 느낀 민주당은 네이더 지지가결국 고어 후보의 득표력을 떨어뜨려 부시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주장하면서 네이더 후보에게 사퇴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플로리다주는 어떤곳

미국 대선 사상 초유의 재검표 사태를 불러일으킨 플로리다주는 정치적 성향이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유권자들로 구성돼 있다.

남부 지방답게 보수적 성향의 백인이 많지만 흑인, 히스패닉계, 쿠바 탈출민, 은퇴한 노인들등 가지각색의 유권자층이 혼재돼 있다. 전체인구 152만명(2000년 추정)중 백인이 68%로 다수지만 중남미계(15%), 흑인(14%) 등 소수민족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수적 백인이 다수인 만큼 지난 20년 동안 1996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매 선거 때마다공화당이 승리를 거뒀다. 또 조지 W. 부시 후보의 친동생 젭이 주지사로 있고 주상ㆍ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어 이번에도 부시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라고 공화당은 간주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은 노약자 의료보험(메디케어) 대상자에 대한 처방약보험혜택 공약을 내세우고, 흑인과 중남미계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을 통해 공화당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주로 플로리다 남부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구조사결과에 따르면 젭 부시 지사가 올해 초 주정부와의 계약이나 대학입학 등에서 소수민족에게 주었던 특혜를 폐지하는 '하나의 플로리다' 정책을 표방한데 반발,흑인들의 94%가 고어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노인층은 고어와 부시측에 거의 반반씩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푸에르토리코출신들의 유입으로 늘어난 히스패닉계는 고어 지지표가 조금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시는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많이 얻었으며 고어는 민주, 공화 어디에도 속하지않는 무당파 층의 지지를 많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가 선전하고, 클린턴 행정부의 쿠바난민소년 강제송환조치에 라틴계 주민들이 반발, 고어 지지표를 잠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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