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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불편함 유학에 장애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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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불편함 유학에 장애안돼요"

입력
200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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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학중인 이대4년 김예진씨"보이지 않아서 할 수 없는 일은 없어요. 다만 좀 더딜 뿐이죠."

이화여대 교환학생으로 미국 오리건주립대에 유학중인김예진(22ㆍ특수교육4)씨는 앞을 못보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김씨는 교환학생 선발시험부터 유학할현지 학교 선택, 생활준비까지 정상인에게도 쉽지 않은 모든 과정을 혼자 힘으로해냈다.

지난해 친구에게 우연히 전해들은 교환학생 선발을 목표로 김씨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영어공부. 교육방송 청취와 점자 영어책 공부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점자시험지로치른 토플시험에서 600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올초 당당히 교환학생에 선발됐다.

"언젠가 한번은 외국에 나가 봐야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기회가 올 때까지꿈을 잃지 않고 간직했던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그는 인터넷에 음성 변환프로그램을 설치해 현지 대학의 장애인시설과 주변 숙소의 위치, 가격 등을 조사한 뒤 지원서를 보냈고, 현지 학생회 등에e_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했다.

오리건주립대에서 공부하는 데는 '새미'의 도움이 크다. 새미는 3년 전 만난 안내견. 두 살때 앓은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그에게는 한 줄기 빛과 같다.

길 안내, 사물 판단 등김씨의 눈 역할을 하는 '새미'지만 8월28일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는 사람이아니라는 이유로 16시간동안 화물칸의 캄캄한 상자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요새는저도 환경이 바뀐 걸 아는지 영어로 말을 해도 알아듣네요."

그는 학생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영어, 컴퓨터 등 3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김씨는 "저녁이면 지쳐기숙사방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잠들기 일쑤"라면서도 "다음 학기엔 수영과 볼룸댄스도 해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외롭지 않느냐는질문에 "아직은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다"며 "한국에선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먼저겁부터 냈지만 이곳에선 내가 하고 싶다면 거기에 맞춰 지원을 해준다"고부러워하기도 했다.

김씨의 꿈은 특수교육 교사. 그러나 미국의 장애인들이 기자, 의사, 아나운서 등 여러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는 잠시 결정을 미뤘다.

"같은 유학이라도 장애인이라 배우는게 훨씬 많아요. 한국에서도 지금보다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김씨는 "뭘 하든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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