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문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현대는 지난 6일 밤 '국면전환용'으로 내놓은 6,000억원대 규모의 자구안이 현대상선의 반발로 철회된 이후 뚜렷한 제3의 자구안을 찾지 못해 또다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와 관련, 8일채권단회의 이전에 현대측이 확실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아 금융기관들의 만기연장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규정대로' 부도 처리하겠다며 현대측에 대한 압박수위를높이고 있다.
가까스로 수습국면을 맞는 듯했던 현대 사태가 다시 꼬이기 시작한 것은 자사가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지분을 팔아 현대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그룹의 자구안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부랴부랴 7일 김충식(金忠植) 현대상선 사장을 계동사옥으로 불러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줄것을 요청했으나 김 사장은 난색을 표시하며 사실상 거부했다.
김 사장은 현대상선의 부채규모가 5조7,000여억원에 달해 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중공업과 전자 주식을 팔 경우 채권을 회수당하는 등 현대상선이 오히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자구안 차질로 채권단회의 이전에 긴급 대안을 찾아야 할 다급한 형편에 놓이게됐다. 그러나 무려 4차에 걸쳐 자구계획을 제출했지만 정부와 시장의 신뢰를 얻지못한데다 더 내놓을 만한 돈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마른 수건'을 아무리 짠들 '물'이 나오겠느냐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관심의 초점은 채권 금융기관협의회에서 현대건설 차입금의 만기연장 안건이 통과되느냐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체 채권 금융기관중 75% 이상(채권액 기준)이 찬성해야 차입금의 만기가 연장된다. 하지만 채권단간 의견이 엇갈려 통과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로서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낙관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현대건설이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하더라도 부실할 경우 일부 금융기관이 반발해 연장이 거부될 가능성을 잔뜩 우려하고 있다. 현대측은 몇 가지 대안이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추가 자구계획안은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수준이 될 것" 이라며 "정부에 맞서거나 피해 나갈 생각은 없다"고강조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몽헌 회장은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 등 형제와 친인척의 도움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때마침 중국 출장을 떠났던 정몽구 회장이 6일 귀국해 형제간 현대건설을 살리기위한 해법을 도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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