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지막 내리막 길에 들어섰다. 느낌이 좋다.”(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내일은 틀림없이 백악관에 들어갈 것이다. 나는 흥분해 있다.”(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21세기 첫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최대 접전을 벌인 민주당의 앨 고어 호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투표 하루전인 6일 각각 5개 격전지를 마지막으로 순회하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날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의 5개 도시를 돌며 표 몰이에 나섰던 부시 후보는 이날 새벽 고어 후보의 고향인 테네시주를 시작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의 텃밭인 아칸소에서 마감하는 `정면 돌파 작전'을 감행했다.
부시는 시종 자신감 넘친 표정으로 “우리는 승리를 위한 기반을 다졌으며 이제는 유권자들의 투표에 달려 있다”면서 “나는 미국인을 믿는다”고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또 “나는 시민의 편에 서 있다”면서 `큰 정부'를 꿈꾸는 고어의 정책을 비난했다.
특히 테네시 유세에서는 “그(고어)는 자신의 뿌리 마저 잊어버렸다”며 고어를 공격했다. 여론 조사 결과 테네시주에서는 부시가 고어에게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하루 두세 시간을 자면서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는 고어는 이에 맞서 마지막 30시간 동안 아이오와, 미주리, 미시간, 플로리다, 테네시 주 등을 돌며 막판 득표활동을 펼쳤다. 아들 앨버트 고어 3세까지 대동한 고어는 “그 동안 가장 다양한 내각을 구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해 왔지만 이 기록마저 깨뜨리고 싶다”며 조각에 관한 구상을 밝히는 등 판세를 낙관했다.
고어는 또 “내일 아침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픈 상태에서 계단에 얼어붙은 신문을 집어들면 `부시'라는 이름이 보일 것”이라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고어를 선택하라”고 노골적으로 부시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가 자신의 표밭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을 일축하면서 “선거 국면이 이처럼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내일은 유권자 대부분이 주요 정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거운동을 종료한 부시와 고어 후보는 7일 각각 선거본부가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로이터통신 여론조사
차례의 TV토론을 계기로 지지율에서 줄곧 열세를 보이던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투표 전날 일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고어의 막판 역전승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 뉴스전문케이블 MSNBC와 로이터 통신이 4일부터 사흘간 예상투표자 1,200명을 대상으로 후보별 지지율(오차범위 ±3%포인트)을 조사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고어가 48%를 얻어 46%를 얻은 부시를 추월했다. 10월 17일의 3차 TV토론 이후 매일 발표되고 있는 이 추적여론조사에서 고어가 부시를 리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CNN과 유에스에이 투데이 및 갤럽의 6일자 추적조사에서도 고어 후보는 45%의 지지율을 기록, 47%의 부시후보에 우세를 보이진 못했지만 5% 포인트차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오차범위내인 2% 포인트로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로이터 통신이 7일자로 발표한 각 주별 조사를 토대로 집계한 선거인단 예상확보수에서도 고어 후보가 230명을 확보, 224명을 차지한 부시 후보를 눌렀다.
고어의 이 같은 막판 선전에 대해 미 언론들은 고어의 막판 뒤집기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며 판세 분석에 열중이다.
MSNBC와 로이터의 조사를 맡았던 여론조사전문가 존 조그비는 “고어가 18~29세 유권자 층에서 부시보다 2대 1정도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다”며 “이들 젊은 층이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 후보를 지지하다 투표일 직전에 나타나는 전통적인 사표(死票)방지심리에 따라 고어 지지쪽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NN 방송도 지난 1주일간 43% 내외에 불과했던 고어 지지율이 45%로 오른 것은 부시의 지지율 감소 때문이라기 보다는 일부 부동층 및 네이더 지지자들이 고어쪽으로 돌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상대적으로 열성도에서 뒤지던 친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적극성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며 “경합이 치열한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흑인과 노조원 등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이 급증할 경우 역전승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막판에 열세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이런 경우 투표 당일 실제 득표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던 역대선거결과를 들어 고어의 지지율 상승이 거품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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