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 현대 계동 사옥 10층 기자실. 현대건설 홍보담당 임원이 “중대 발표가 있다”며 급하게 들어왔다. 현대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자신의 계열사 보유 주식을 몽땅 팔아, 현대건설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중요한 뉴스로 판단, 허겁지겁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다.불과 5시간이 지난 하오 7시. 이 임원은 다시 기자실로 내려왔다. 그는 “착각이 있었다. 정 회장의 주식 포기 건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검토하고, 대신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전자와 현대중공업 주식 5,000여억원 어치를 매각하겠다 ”고 더 큰 뉴스를 터트렸다. 기자실은 갑자기 `호떡집'으로 변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식을 보유한 당사자인 현대상선은 “주식을 단 한 주도 매각할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공식 반박문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의 `자중지란'속에 기자실은 물론이고 정부당국과 채권단 모두 혼란에 빠졌다.
올 한해 현대는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켜 왔다. 회사(그룹)의 운명을 결정하고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그룹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홍보담당임원이 발표한 것이나, 마치 `괴문서' 처럼 발표문을 돌린 것이나 모두 신뢰를 상실케 하게 하는 것이었다. 누가봐도 너무 즉흥적이고 사려깊지 못했다.
지금 현대에게는 `돈'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신뢰'다. “현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현대사태의 본질이 되어버렸다. 현대는 더 이상 `양치기소년'이 되어서는 안된다. 보다 진실해 져야 한다.
조재우 경제부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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