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또다시 국회를 파행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국정감사를 빌미로 정쟁을 확대, 재생산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더니, 국감을 끝내자마자 또다시 국회 의사일정을 볼모로 치졸한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국민의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국정감사가 아니라, 여야가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결의안, 동방금고 의혹사건 등을 놓고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 서로 헐뜯고 할퀴는 식의 소모적 정쟁을 벌였다는 것뿐이다.
국감장에서 여권의 실세 KKK는 누구누구 아니냐며 실명을 거론해 말썽을 자초한 것이나, 면책특권이 있는 의원의 국회내 발언에 대해 형사고발과 함께 의원직 제명결의안 제출 등의 강공을 펴는 것이나, 모두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다.
검찰총장 탄핵결의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안건의 상정 자체를 막는 여당의 태도도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본회의 처리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식의 야당 태도도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다.
여야간 이런 식의 치졸한 싸움으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위험에 빠진 경제에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각 분야가 지금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줄줄이 퇴출사태를 맞고 있고, 그 여파로 대량 실업사태가 예고되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투쟁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갈등이 언제 분출될지 모를 위태로운 시기다. 모두가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정치가 앞장서서 갈등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국회는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곳은 결코 아닐 것이다. 여야는 우선 국회부터라도 본연의 일상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경제와 민생을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방금고 관련문제, 검찰총장 탄핵결의안 처리 등도 법리와 상식의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가 서로 상대의 입지를 헤아리는 아량을 보이는 일이다. 여야 영수회담의 합의사항, 이른바 `상생의 정치'는 이럴 때 발현돼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돼야 할는지, 여야는 정치의 본령을 다시한번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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