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대만 정국이 대통령 등 최고 지도자에 대한 탄핵 공방으로 극도로 혼미하다. 필리핀 하원은 6일 도박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키로 의결했다. 대만 국민당 등 야당연맹도 이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에 대한 탄핵 추진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필리핀 “헌법 절차에 따라 결백을 입증하겠다”던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뜻대로' 탄핵 심판을 받게 됐다. 의회의 최종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의회의 표 대결에서 아주 불리한 상황이어서 자칫 쇠고랑을 찰 지 모르는 절박한 입장이다.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218명 중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원 의원 99명이 이미 탄핵 결의안에 서명, 탄핵안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 73명을 초과했기 때문에 탄핵안의 본회의 통과는 거의 확실하다.
이미 40명이 넘는 연립정권 소속 하원 하원들이 에스트라다의 곁을 떠났다. 따라서 에스트라다는 하원보다는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반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상원에서의 표 대결 역시 전망이 어둡다.
프랭클린 드릴론 상원의장이 집권 연정과의 결별을 선언한데 이어 6일에도 한 명이 추가로 집권연정에서 빠져 나왔다. 드릴론 의장은 상원 재적의원 13명이 에스트라다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의 탄핵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는 15명이며 현재 확고히 에스트라다를 지지하고 있는 의원은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이 의결되면 에스트라다는 사임은 물론, 형사 처벌과 함께 교도소 수감을 감수해야 한다.
에스트라다가 탄핵안의 의회 통과 이전에 명예퇴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스트라다 측근들이 야당과 평화적 정권이양 방안을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필리핀 국민의 관심도 그가 언제 까지 버틸 수 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5일 논란이 돼온 제4핵발전소 건설과 관련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핵발전소 건설 포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국안정에 협조한다는 의미로 4일 탄핵안 발의를 보류했던 야당은 총통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탄핵추진 방침을 재천명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국민당 등 야당연합은 7일 총통의 입법원 소환 등 탄핵안 발의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국민당 관계자는 “야3당 영수회담도 예정보다 앞당겨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등 탄핵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될 것”이라면서 회오리 정국이 한동안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현재 탄핵안 발의 지지 의원수는 가결 정족수(147석)보다 2석 많은 14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원 의원(221석) 4분의 1(55석)로 발의되는 탄핵안은 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될 경우 6개월내 국민투표가 실시되며 1,400여만 명의 유권자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임 조치된 뒤 새 선거를 치르게 된다.
현재 입법원은 국민당 115석, 친민당과 신당, 무당적 연맹 등이 각각 17석과 9석, 12석을 차지하고 있다. 67석에 불과한 집권 민진당이 탄핵안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7석을 더 확보해야 하나 야당의 협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陳 총통 탄핵안이 입법원에 공식 발의되고 가결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주석은 “陳 총통이 정국타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국민당이 주도하는 탄핵안 동조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했다. 친민당은 총통 탄핵 보다는 의회 해산을 유도, 재선거를 통해 의석 확충을 노리는 등 각 당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