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넘게 끌어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사분규가 타결됐다는 소식은 오랜 체증이 뚫린 느낌을 준다. 84일을 끈 사회보험노조의 총파업 끝에 9월20일 노조가 업무에 복귀했을 때 국민은 그 동안의 불편을 보상해줄 화해조치를 기대했다.그러나 노사의 반목은 다시 7월의 보험3단체 통합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지루한 기 싸움을 벌이던 끝이어서 예고 없는 타결 소식이 더욱 반갑다.
이번 협상타결은 정부나 정치권력, 또는 시민단체 같은 제3자의 개입 없이 노사 양측의 인내와 타협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환영할 일이다. 당사자 아닌 세력이 개입됐다면 양측은 미진한 상태에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미봉책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의사를 배척하고 노사 양측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것은 공기업 노사문화의 새로운 전형으로 평가 받을 만 하다.
이번 협상에서 공단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인사ㆍ지휘권 및 경영권 확보라는 성과를 거두었고, 노조측은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최대한 보장 받고 6월의 폭력사태와 관련해 징계 당한 노조원 구제 선물을 얻었다.
특히 사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관철한 것은 과거 관행과 비교해 큰 의미를 지닌다. 노조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는 분명 쟁의기간 중의 임금지급 요구가 금지돼 있으나, 과거에는 파업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업무복귀 후 연장근무 수당이란 형식으로 임금을 지급해 왔다.
`조합원 전보는 본인 연고지 중심으로 생활권에 배치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공단측이 인사권을 확보한 것과, 노조의 전임자 수를 줄이고 노조 전임자가 없는 지부의 노조사무실을 폐쇄키로 한 것 등도 `노조에 끌려 다니는 공단' `사회보험노조의 강성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노사 양측은 협약체결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오랫동안 공단업무 중단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하고, 앞으로 힘을 합쳐 공단 정상화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으로 노사의 할 일이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임직원 1만명이 넘는 공룡 같은 조직을 과감히 축소해 공기업 구조개혁의 모범을 보이지 않고는 국민의 믿음을 얻기 어렵다. 지역, 직장, 공무원ㆍ교직원보험 3개 단체가 통합된 조직이라 해도 전국 235개 지사에 임직원이 1만명이 넘는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단측은 통합후 1,000여명을 감축, 관리운영비를 총재정의 6.9%로 줄였다고 말하지만 그것으로는 턱 없다. 보험료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관리운영비를 과감히 줄여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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