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무 등단 5년만에 첫 시집 '5분의 추억'시인 윤병무(34ㆍ사진)씨가 등단 5년만에 첫 시집 `5분의 추억'(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냈다. `序詩(서시)- 출근길'에서 시작해 `하루의 타이머'로 끝나는 시집의 구조는 답답하기 때문에 그만큼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는 일상을 드러내는, 우수 어린 언어로 가득하다. 시인은 아침부터 낮과 밤의 시간대를 가로지르면서 `나는,/살 만한가'(`한밤의 전화')를 묻고 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가/늦은 아침 호주머니에서 나온/병뚜껑 하나/…/내 손가락에 잡혀 올라와선/죽은 조개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서시-출근길' 부분). 어제와 오늘 아침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맥주병 뚜껑 하나뿐. 낮은 또 낮대로 단절이다.
`안에서만 바깥이 내다보이는/…창가에 앉아/내가 걸어온 길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술잔이 비워지자 아는 사람이 지나간다/나는 그이를 보며 웃어보인다/그이는 웃지 않는다/나는 손을 흔들어 보인다/그이는 창가를 스쳐 지나간다'(`낮술' 부분). 건조한 시인의 묘사는 그대로 건조한 우리 일상의 반영이다.
직장인이자 시인인 젊은 화자는 때로 이 건조한, 슬프고 절망적인 일상에 `사표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막는 것이 있다. 윤씨의 시 `음악 감상'은 아름다운 반전이다. `만일 전화 통화 후 나의 동료 직원이 여러 경로를 거쳐 해고 조치된다면 나도 사표를 준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장시간에 걸친 전화 통화는 동료 직원의 인내심으로 조용히 끝났기 때문이다…다음날 술자리에서 동료직원은 말했다; 걸려온 전화기에 가득 찬 고함 소리의 틈새로 자신이 너무도 좋아하는 브람스의 음악이 새어나오고 있었노라고.'(`음악 감상' 부분).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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