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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커스/ 통역 일꾼 탄탄대로 "1등 신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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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포커스/ 통역 일꾼 탄탄대로 "1등 신랑감"

입력
2000.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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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통역 일꾼은 1등 신랑감이다. 통역에 재간있는 인력은 노동당, 외무성, 합영기업등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하거나 외국에서 생활하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내가 통역을 직업으로 갖게 된 것은 1976년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민군에 입대, 5년간 복무후 장교를 육성하는 평양시내 압록강군사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어를 전공하게 된 덕분이다.

인민무력부 정찰국 직할 압록강군사대학은 통역, 전자전, 대남사업 정찰 등의 임무를 담당할 군 장교를 양성하는 4년제 대학으로 졸업자에게는 중위 계급장을 준다.

당성과 재능이 인정돼 엄선된 학생들의 학업열은 정말 대단하다. 나도 3학년 때 노동당원이 됐다. 이 대학 외문학부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5개반이 있으며 학생은 모두 합해 100명 가량이 됐다. 그러나 교육시설은 형편이 없어 카세트를 이용한 교육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졸업 당시 북한과 서유럽 관계가 악화해 나를 비롯한 프랑스어반 동기생 10명 모두는 배치를 받지 못했고, 군 당국은 그 대신 우리들에게 2년간의 러시아어 속성 학습 기회를 부여했다.

88년 군 제대 후 프랑스 건설 회사와 함께 양각도 호텔을 건설하는 노동당 산하 210호 건설관리소에서 잠시 프랑스어 통역원으로 일했다.

90년부터는 노동당 소속 능라무역 총국에서 일하게 됐고, 러시아 아무르주에 설치된 능라무역 대표부로 파견나가게 됐다.

당시 아무르주에는 3,000명의 북한 주민들이 건설ㆍ농업 노동자로 일했으며, 나는 아무르 주정부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업무를 도왔다. 외화벌이를 위해 나온 이들 노동자들의 생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참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통역일을 하려면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와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이들 대학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은 대학교수나 외무성, 무역성, 외국합작기업에 진출한다.

또 외국어 전공자중 엄선되는 유학생들은 귀국후 노동당 국제부와 조사부 등에 배치돼 앞날을 보장받는다. 통역일꾼 중에는 영어 전공자가 가장 많다.

물론 북한에는 프리랜서 통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통역원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봉급도 일반사무원보다 높고, 외화를 손에 쥘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민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물건들을 외화전문상점에서 외화로 구입할 수 있다.

이영일ㆍ탈북자

■북한의 통역사들

북한의 전문 통역사들은 평양 외국어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의 외국어 문학부를 졸업한 엘리트 중에서 배출된다. 대다수가 졸업 후 영국령인 남미 가이아나, 탄자니아, 중국 베이징(北京) 외국어대학 등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지만 영어를 혼자 공부한 독학파들도 있다.

북한의 1호 통역사는 지난달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회담 첫날 통역을 한 리혁철 노동당 국제부 지도원.

40대 중반인 그는 평양 국제관계대학 재학 중 1978년 가이아나 유학생으로 선발돼 4년간 공부했다. 국제관계대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의 단골 동시통역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994년 지미 카터의 방북 때에도 통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명록 북한 인민군 차수의 방미 시 수행한 외무성 리광철(45) 번역국 과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김책공대 출신으로 외국유학이나 외국어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독학으로 공부해 외무성에 들어갔다. 외국대표단의 통역을 전담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고 한다.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 때 평양 순안공항에서 영접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옆에서 통역을 한 최선희 외무성 지도원도 북한의 대표적 통역사. 30대 후반인 그녀는 97년부터 4자 회담 전담 통역원으로 나왔다. 당시 미국 관계자들로부터 “통역이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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