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고고학자가 일본의 구석기시대를 조작하려 한 사건은 일본 교과서의 침략사 왜곡 못지 않게 새삼 일본인의 역사관을 되짚어 보게 한다.발굴단장이라는 사람이 유물의 연대를 70만년전으로 끌어 올리려고 자신이 소장한 석기 수집품을 발굴현장에 묻었다니 이것은 역사 왜곡 차원이 아니라 숫제 날조다. 일본인의 역사관에 먹칠을 한 이 사건은 어쩌면 일본 고대사 전반에 걸쳐 대내외의 불신을 초래하게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5일자 보도에서 일본에 전기 구석기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적으로 알려진 미야기(宮城) 현 가미타카모리(上高森)유적이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 50) 발굴단장이 조작한 가짜 유적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후지무라 단장이 홋카이도(北海道) 소신후도자카(總進不動坂) 유적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날조했다고 자백했는데, 그의 '업적'은 98년부터 고교 역사교과서에 실려 널리 가르쳐 왔다고 한다.
일본은 역사교과서 문제로 한국 중국 등 이웃국가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20세기 전반기 한국 중국 등을 침략해서 만행을 자행한 여러 명백한 역사적 사실 마저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은 이 교과서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 거짓 사실을 가르쳐 결과적으로 미래의 국제우호까지 해칠 가능성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고고학자의 비학자적 양심이 초래한 날조사실 자체보다 그가 받은 "심리적 압박"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금 일본은 극우세력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평화헌법 개정, 자위대 활동 범위의 확대, 역사교과서 개악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일본에 전기 구석기가 존재한다는 거짓사실도 일본열도와 일본인의 우월감을 강조하려는 이같은 분위기와 관련이 있지 않은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경제선진국 일본의 위치는 대단하다. 반면에 그 위상에 따른 지도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군국주의 일본 부활의 우경화된 역사날조가 아니기를 바란다.
내일의 일본을 담당할 젊은 세대가 자국문화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데 왜곡된 고고학 '업적'이 끼여들 틈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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