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도망자'라는 미국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가 도망자이고 토미 리 존스가 그를 쫓는 형사로 나온다.끝까지 알 수 없는 숨바꼭질이 계속돼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 지 궁금증을 잔뜩 자아낸다.
물론 도망자 해리슨 포드가 모든 누명을 벗고 광명을 찾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 영화의 압권은 쫓기는 해리슨 포드의 극적인 위기돌파이다. 쫓는 토미 리 존스는 항상 뒷북을 치지만 끝까지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3연패후 3연승으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온 한국시리즈 7차전. 김재박 현대감독과 김인식 두산감독중 누가 더 초조할까.
쫓기는 쪽은 김재박감독이고 쫓는 쪽은 김인식감독이다. 3연승으로 우승을 확신했던 현대 김감독은 여유만만이었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신세다.
이에 반해 벼랑끝에 서 있다가 기사회생한 김인식감독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며 여유있는 입장이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경기의 `마지막 승부'는 이제 쫓는 김인식감독과 쫓기는 김재박감독의 심리전으로 결판날 가능성이 많다.
영화 `도망자'처럼 쫓기는 자가 막판 위기돌파로 승리할지, 아니면 쫓는 자가 여세를 몰아 대역전극을 펼칠지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누가 더 침착하느냐에 달려있다.
6차전까지 놓고 보면 3차전까지는 김재박감독이 수읽기싸움에서 이겼다면 4차전부터 6차전까지는 김인식감독이 뚝심으로 밀어붙여 승리를 따냈다. 둘의 명암이 어떻게 갈릴 지 이번처럼 궁금했던 한국시리즈는 이제까지 없었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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