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씀씀이를 보면 민주당은 부자고, 한나라당은 가난하다. 여부야빈(與富野貧)이라는 신문제목이 그럴싸하다. 공동 여당인 자민련은 부자도,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다. 돈 씀씀이에서도 자민련은 이도 저도 아니다.■올 1월에서 5월 초까지 여야 3당이 벌어들인 돈은 민주 957억원, 한나라 449억원, 자민련 243억원이었다. 여야간 이렇게 큰 차이가 난 것은 후원회 기부금 때문이다. 민주당은 후원회를 통해 총 수입의 반 정도인 474억원을 거둬 들였으나, 한나라당은 겨우 69억원을 거둬 들였다. 자민련(73억원)보다 적다. 그러나 나라에서 보조하는 돈은 한나라당이 가장 많다. 국회 원내교섭단체 의원의 수에 비례해 국고보조금이 분배되는 탓이다.
■후원금이 여당에 많이 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여당엔 힘이 있고, 야당엔 힘이 없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언젠가는 권력의 덕을 보리라는 기대 가능성, 아니면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화(禍)에 대한 방패막이를 상정해서 돈을 내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돈 낸 사람의 입장에서도 여당쪽엔 떳떳하게, 야당쪽엔 쉬쉬하고 낸다.
야당에 돈 낸 사람 중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뒤통수가 가렵기 때문이다. 세무서는 물론, 공연히 수사기관 정보기관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지금 여당 사람들이 과거 야당시절 그런 설움을 엄청 당해 본 사람들이다. 지금 한나라 사람들이 그런 설움을 당하고 있다.
■정당의 운영비는 당원들이 내는 당비, 여기에 순수한 의미의 후원금이 보태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몇 백억원대의 국고보조금도 과(過)하다. 정치인들이 밥 먹고 술 마시는 돈의 상당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데 대해 시선이 곱지가 않다.
외국의 경우 국고보조금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우리처럼 액수가 크지 않다. 한나라당의 경우 그나마 국고보조금이 없으면 살림살이가 거덜 나 거리에 나 앉을 지경이기는 하지만. 그냥 여당이 좋아서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 또는 야당에 기부금을 냈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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