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바둑계 스타는 누구일까? 국내 바둑계는 1970년대 후반부터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유창혁 등 이른바 정상 4인방이 거의 모든 기전 타이틀을 나눠 갖는 철저한 독과점 체제가 이어져 왔다.그러나 4월 해외파 여성기사 루이나이웨이 9단이 혜성처럼 날아 들어 조훈현으로부터 국수위를 탈취한 것을 신호탄으로, 뭇 신예 기사들의 열화 같은 기세에 휘말려 4인방 체제가 본격적인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1986년 강훈 7단(당시)이 제4기 박카스배에서 우승한 이래 비4인방 국내 기사로서는 첫 타이틀 보유자가 머지 않아 탄생하게 된다.
이 영광의 자리를 노리는 젊은 용사는 최명훈 7단, 유재형 4단, 이세돌 3단 등 모두 3명. 이들은 각각 LG정유배(최명훈 대 루이나이웨이), 배달왕기전(이세돌 대 유창혁), 박카스배 천원전(유재형 대 이세돌) 도전기 및 결승전에 진출해 있다.
현재 전적은 LG정유배에서 최명훈이 1승1패, 이세돌은 천원전에서 1승, 배달왕기전에서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최종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지만 기세상으로는 연초 파죽의 32연승을 기록하는 등 올 한 해 동안 돌풍의 주역이었던 `불패소년' 이세돌 3단이 단연 주목의 대상.
기록상으로도 64승13패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어떤 상대를 만나든 과감히 승부하는 패기가 돋보이는데다 2개 기전에서 타이틀 매치를 벌이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명인전, LG정유배 등 국내 기전에서 6번이나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명훈 7단의 묵직한 관록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2~3년간 약간 지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도 그는 국내에서 `이창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신예 기사'이다.
더구나 상대는 후배들보다 오히려 부담이 덜한 루이 9단. 벌써 25세로 군복무 면제 프리미엄도 거의 다 소진된 상황이므로 더 이상 늦기 전에 “이번만은 기필코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입단 8년차 `중고 신인' 유재형 4단도 다크호스다. 93년 입단 이후 오랫동안 무명의 설움을 묵묵히 삭여온 유재형은 이번 천원전에서 이창호와 루이 등 거물들을 단칼에 베어버린 여세를 몰아 과거 명인전에서 서봉수가 그랬듯이 화려한 스타 탄생의 신화를 재현해 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과연 이들 가운데 누가 새 천년 바둑사의 주인공이 될지 당분간 바둑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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