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감자.출자전환 동의'요구정부가 5일 현대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이외의 대안으로 감자 및 출자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함에 따라 현대압박 수단이 한 단계 진전됐다.
현대건설 은행 빚의 출자전환은 `부채 탕감'과 다름 없지만 대주주 책임분담 차원에서 반드시 감자(減資)를 수반하기 때문에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의미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에도 경영진이 물러나고 법정관리인이 선임되기 때문에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효력은 출자전환과 동일하지만 영업활동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출자전환의 경우엔 정상 영업이 가능한 반면 법정관리시에는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해외공사 수주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하도급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가려면 `법정관리 신청→법원의 재산보전 처분→법정관리 개시' 등의 절차(통상 1~6개월)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공사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출자전환은 대주주에 대해서는 경영권 박탈로 법정관리와 똑같은 효력을 갖지만 영업활동 등 국민경제에 가져올 피해는 법정관리보다 훨씬 적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 3일 현대건설 처리방침 발표에 앞서 `감자 및 출자전환에 대한 대주주 동의서 요구'라는 문구를 발표 문안에 넣었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를 삭제했다.
그러나 이틀 뒤 후속대책을 논의하면서 이 방안을 다시 꺼낸 것은 법정관리에 따른 부담이 감당할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은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의지가 퇴색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편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출자전환은 법정관리로 가기 위한 예비 단계일 뿐 법정관리에 대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며 정부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는 현대건설 처리를 두고 정부와 채권단이 상당한 이견이 있음을 의미한다.
출자전환이든 법정관리든, 분명한 것은 결국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 대주주인 정몽헌 회장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탕 삼탕의 자구안으로 `늑대와 소년'의 주인공처럼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현대건설이 이번에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경영권 박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확고한 입장이다.
금주 초 정몽헌 회장의 출자전환 동의서 제출여부와 자구계획 발표가 현대건설 처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금감위장 일문일답
이근영금감위장 일문일답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건설이 법정관리를 피해 대주주 동의 아래 감자, 출자전환하는 예비적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자 및 출자전환에 대한 대주주 동의서를 요구하는 배경은.
“재차 강조하지만 현대건설 처리는 법정관리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다만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출자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건설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자구계획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 같은 자구계획은 더 이상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정몽헌 회장 계열 그룹 전체 차원에서 실현가능하고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 그룹이나 계열 분리예정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의 지원도 포함되나.
“정몽헌 회장 계열 그룹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간에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언급할 수 없다.”
-현대건설 만기연장에 2금융권이 협조하도록 지도하나.
“채권금융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채권단이 합의를 이룰 것이다. 채권단 협약을 위반하는 금융기관은 거기에 맞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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