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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이혼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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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이혼많다

입력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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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 보니 아이가 시뻘개진 손목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었어요. 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위해 저녁이라도 챙겨주려 했던지 끓는 물이 반쯤 담긴 컵라면 두개가 엎질러져 있더군요. 연고를 발라주고 간신히 달래서 재웠지만 나는 지난해 헤어진 아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초등학교 1학년 사내아이를 혼자 키우는 김모(35ㆍ회사원)씨는 “사소한 자존심 싸움 끝에 `남들처럼' 이혼한 게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혼시대'라 불릴 정도로 갈라서는 부부가 흔해진 요즘, 김씨처럼 이별을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전문정보회사 `행복출발'이 최근 전국의 이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라는 질문에 대해 65%가 “절대로 이혼하지 말라”고 답변했다.

이 회사 최원일 사장은 “이제 결혼해서 불행한 사람보다 이혼해서 불행한 사람이 많아진 시대가 온 것같다”면서 “조사 결과 이혼남녀들은 불규칙적인 생활(34%), 과다한 음주ㆍ흡연(29%)를 비롯, 자신감 상실, 고립감 등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도 이날 이혼 남성 79.5%와 여성 64.9%가 “이혼을 후회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요즘의 무책임한 이혼은 당사자들 뿐아니라 아이 등 가족들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다. 양육비를 놓고 다투던 모습도 이미 옛날일이며, 둘 모두 계획 없이 덜컥 헤어지고는 자식을 보육원에 맡기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 아동상담소 이규동 실장은 “이제는 가난해서 맡겨진 아이보다 부모의 이혼으로 버려진 아이가 더 많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시내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70%가 갈라선 부모 양측으로부터 떠밀려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36만2,000여쌍이 결혼하고 11만8,000여쌍이 이혼했다. 3쌍이 결합할 때마다 1쌍이 헤어진 셈. 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2.5건으로 1980년 0.6건에 비해 무려 4배가 넘게 폭증했으며 일본(1.8건), 대만(1.8건), 프랑스(1.9건) 등을 능가한다.

전문가들은 “아무런 계획이나 대처능력이 없는 `즉석 결혼'과 `즉석 이혼' 풍조가 사회 전체로 퍼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혼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임을 알아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애순 교수는 “어려운 일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일수록 충동적으로 이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선배 등 주변사람들과 충분히 상의 한 뒤 새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때 비로소 이혼을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송기희기자

b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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