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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마지막 기회다 / (1)운명의 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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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마지막 기회다 / (1)운명의 시한

입력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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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주어진 운명의 시한은 한달뿐이다. 중남미식 '만성적 위기국가'로 전락이냐, 아니면'작지만 건실한 개방국가'로 자리매김이냐는 짧게는 2~3주, 길어봤자 12월말까지 가은 고름을 얼마나 제거(부실정리)하고, 상처를 어떻게 치유 (회생작업)하느냐로 결정된다.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경제엔 더 이상 시간 여유도, 더 이상 위기탈출의 기회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마침표'만 찍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3년을 보냈다. IMF 1년반만에 스스로 '졸업'을 선언했고, 기업·금융구조조정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조기매듭 강박증'에 빠진 정부의 선택은 언제나 '미봉'이었다. 결국 IMF공포는 다시 엄습하고 있고, '몰아치기식' 인위적 구조조정은 다시 전체 금융시장을 불안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지난 3년은 미봉의 연속이자, 실기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올 연말은 정부와 시장이 정한 구조조정 데드라인(마감)이다.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치닫고, 2002년 상반기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하반기에는 대통령 선거 국면이 시작된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제원리가 '올스톱'되어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부는 이번에도 "11·3 퇴출조치로 기업구조조정은 일단락됐다"며 또하나의 마침표를 찍으려하고 있지만, 투자자와 경제전문가들은 '끝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려대 곽상경교수는 "퇴출기업을 언제까지 어떻게 퇴출시킬지, 회생가능기업은 어떻게 살릴 것인지 시장에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 점에서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처리를 유예시킨 이번 조치는 시장안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시 현대와 채권단, 정부가 '눈속임식 절충'으로 연말시한을 넘기려 한다면 결과는 제2의 경제위기 밖에 없다는 평가다.

연말까지 넘겨야 할 고비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업구조조정과 동전의 뒷면인 제2차 은행구조조정(8일 경영평가결과발표→20일 지주회사 편입대상 및 공적자금 투입규모 확정)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거대부실기업 대우자동차는 금주안에 구조조정 노사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부도처리될 운명을 맞고 있다. 연말까지 만기도래할 17조원의회사채는 금융시장 전체를 공황상태로 치닫게 할 수 있는 '뇌관'이다.

동남아에선 외환위기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내년에는 예금부분보장제와 외환자유화 같은 메가톤급 조치가 시행된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1,000억달러의 외국자본이 실망한다면 제2의 환란은 피해갈 수 없다.

적어도 운명의 시한인 남은 한달은 경제관료나 채권은행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자'시절의 모습으로 경제를 직접 챙겨줄 것을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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