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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농가 '비상'…산지가격 지난해 반토막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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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농가 '비상'…산지가격 지난해 반토막이하

입력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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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호황을 구가했던 양돈농가에 비상이 걸렸다.올해 3월 중부지방을 휩쓴 구제역으로 인해 2002년 1월까지 수출길이 막혀(OIEㆍ국제수역사무국 규정) 있는데다, 올들어 농가들이 돼지 두수를 늘리기 시작, 9월말 현재 전국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무려 837만1,000여두로 사상 최고치.

게다가 돼지고기 소비패턴이 `저급 부위'인 삼겹살에만 집중돼 총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돈육이 창고에 쌓여 있는데도, 삼겹살은 수입해야 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돼지고기 산지가격 폭락

경기 파주 대양농장에서 돼지 2,000마리를 키우는 장석철(40)씨는 “지난해 말 삼겹살 1근 기준 1,125원이던 산지출하가격이 580원으로 반토막 났고, 돼지 두당 가격 역시 24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겨울 난방비도 못 건질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파주의 또다른 양돈농민 최정우(42ㆍ수향농장 대표)씨도 “대출금 이자, 농장 운영비 등 매월 2,000만원 이상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간 생산량의 10%(9만톤 가량)를 차지하는 수출이 올들어 완전히 막힌 반면, 과다한 삼겹살 수요로 인해 수입은 9월까지 8만1,000여톤에 달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전국에 재고로 쌓여있는 돈육은 총 2만6,000여톤. 이들 대부분은 국산 돼지고기의 주요 수출부위이자 선진국에서 선호하는 등심과 안심이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

E-마트 분당점의 경우 매달 2억원 안팎의 매출량을 유지하는 돼지고기 판매량의 99%가 삼겹살이다. 이 때문에 산지에서는 돼지값 폭락으로 아우성이지만 삼겹살 소매가는 전혀 변동이 없다.

돼지 한마리를 도축하면 삼겹살과 목살은 각각 18.7%, 8.7% 정도 밖에 안되나 안심, 등심, 뒷다리 등 `고급육'은 43.7%에 달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식습관 개선 없이는 `양돈 파국'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대책

대양농장의 장씨는 “지난해 양돈 호황때 정부와 육가공협회가 나서서 사육두수를 늘리라고 잔뜩 홍보해 놓고는, 지금은 아무런 대책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향농장의 최씨도 “정부가 등심과 안심 재고를 북한에 보내는 등의 획기적인 수급조절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양돈농가에 대해 `어미돼지 없애기 운동'을 장려하고 있지만 결국은 제살깎기 식이라 별 실효를 못보고 있다”며 “어쨌든 12월까지는 산지가격 정상화를 목표로 뛰고 있지만 `저급육'만 찾는 국내소비패턴이 바뀌지 않는 한 큰 희망은 없다” 고 털어 놓았다.

농림부는 이에 따라 “'안ㆍ등심 요리 강연회 및 시식회'를 전국적으로 펼쳐 국민들의 입맛 변화를 꾀하는 한편, `열처리 가공돈육'의 수출을 일본 등에 타진하는 등 재고 돈육의 소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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