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시장에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D램 가격의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지 모른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은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부심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0월중 북미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64메가(8X8) SD램 PC 100가격은 개당 4달러 초반대로 연중 가장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차세대 주력품인 128메가(16X8) SD램 PC 100도 10달러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서 발생한 이 같은 가격하락이 향후 2~3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D램 가격은 주로 개인용 컴퓨터(PC) 수요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PC 수요가 예상외로 저조한 실정이어서 업계를 불안케 하고 있다.
세계 양대 반도체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DQ)와 IDC는 공히 내년까지는 수요 대비 공급률이 98~99%대로 아슬아슬한 공급부족이 있겠지만, 2002년이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구조적 수급 불일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칩 메이커 중 하나인 삼성전자도 2002년을 고비로 수요가 공급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1년까지는 공급 부족, 2002년 수급 혼조, 2003년 공급초과가 대체적인 견해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2~3년 뒤가 아니라, 벌써부터 현물시장 가격 폭락 여파로 고정거래선 가격마저 주저앉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64메가 D램의 고정거래선 가격은 5달러대로, 128메가 D램은 12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이는 올초 대비 30% 정도 폭락한 것으로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가격하락이다.
게다가 D램 시장을 좌우하는 PC 수요 전망도 좋지 않다. DQ와 IDC는 올해 17%(전년 대비)에 달하는 PC 성장률이 내년부터 처지기 시작, 2003년에는 11(IDC)~14(DQ)%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도 2003년 PC 성장률은 올해보다 2% 포인트 낮은 13%로 낮춰잡고 있다.
메리츠 증권의 반도체 담당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128메가D램 가격도 `10달러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성능이나 품질보다는 수급에 민감한 D램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이윤우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는 “256메가D램 등 하이 덴서티(high density) 제품과 64메가D램 중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늘리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램버스 D램 등 신제품의 비중 확대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도 S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해 D램 제품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반도체의 불투명한 시장 전망이 국내 업계에 비메모리반동체 투자확대 등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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