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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 "자꾸보면 알아요" 딴청부리기 광고

입력
200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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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직접 전달않고 암시… 궁금증 유발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용기있게 말하는 것 한 가지. 또 하나는 남들이 알아챌까 싶어 지나치게 움츠리거나 일부러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사랑하는 마음은 감춰지지 못하고 드러나기 마련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을 광고한다'고 당당하게 전하는 광고가 있다. 그런가 하면 도대체 뭘 광고하는 건지 의아할 정도로 `딴청을 부리는' 광고도 있다. 도무지 광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탓에 처음 맞닥뜨리면 어리둥절하지만, 4 ~5번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하다. 사랑의 감정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뭘 광고하는 것인지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롯데리아 CF에선 영화배우 유지태가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를 스쿠터에 태우고 초원을 달리면서 “참 좋아요, 그 쪽이”라고 고백한다.

대답없는 그녀에게 “왜 말이 없어요?”라고 물어보는 유지태. 남자의 사랑 고백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엉뚱하다. “우리 뭐 먹어요.” 황당하게도 CF 내용은 두 사람의 대화 세 마디가 전부다.

“그럼 롯데리아에서 먹자” 같은 대사가 이어질 법한데 광고는 이런 저런 설명없이 툭 끝나버렸다. 요란스레 광고하지 않더라도 몇번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대사를 연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종합예술원 학생들이 만화로 제작한 프리챌 광고는 다소 난해하다. 뿔이 달린 하얀 외계인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를 몰래 뒤쫓는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소녀가 뛰어가자 외계인은 따라잡지 못하고 놓쳐버린다.

상심한 외계인의 발치에 `프리챌'이라고 새긴 열쇠고리가 떨어져 있다. 언젠가 이 열쇠고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뒷얘기를 상상할 만하다.

프리챌은 얼굴을 맞대고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커뮤니티 사이트.

외계인과 지구인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도 프리챌에서 만날 수 있다는 뜻이겠지만, 프리챌이 어떤 사이트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CF는 이해하기 어렵다. 좋아하는 이에게 이리 돌려 말하고 저리 돌려 말하는 사람처럼 프리챌 CF도 에둘러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탓이다.

음악메시지를 전하는 `700-5425'의 라디오 광고는 “제 첫사랑은 감자튀김에 소금만 뿌려먹었어요. 왜 꼭 이런 게 생각나지?”라고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 감자튀김을 그렇게 먹는 사람을 봤어요” 이쯤되면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내 첫사랑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생각하면서 추억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문득 생각난 첫사랑을 두고 라디오 속 목소리는 “걔한테 5425나 보내볼까?”라며 혼잣말한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 지나가면 좋은 기억을 골라서 간직할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을 갖는 법.

한번쯤 편안하게 음악메시지를 보내면서 안부를 물어보고 싶은 순간도 오게 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내는 `딴청'을 부리면서 5425 음악메시지를 슬쩍 끼워놓았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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