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중 평양방문 무산북한과 미국이 콸라룸푸르 미사일 전문가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임기 내 평양 방문 가능성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 대변인이 5일 “클린턴 대통령은 11일부터 20일까지 예정된 브루나이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참석 및 베트남 방문을 마친 후 평양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듯이 콸라룸푸르 회담을 평양 방문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한 `클린턴 구상' 은 일단 궤도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당초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여세를 몰아 콸라룸푸르 회담에서 미사일 문제에 대한 큰 진전을 이뤄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 여건을 마련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는 대북 포용정책의 성공을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남기고자 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개인적 희망도 실려 있었다.
하지만 미측은 북한측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와 중ㆍ장거리 수출 중단을 미국의 위성발사 지원 및 경제적 보상과 맞바꿀 수 있다는 적극적 의사를 확인하긴 했으나, 임기말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누를 만큼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방문을 결행한다고 발표할 경우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관심은 그가 평양 방문을 단념한 것인가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 시워트 대변인은 “퇴임시(2001년 1월20일)까지 방북 여부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혀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의 실현은 미사일 회담의 향후 진전보다는 대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내 여론은 차기 정권의 대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그의 평양 방문을 부정적으로 보는 쪽이 많다.
민주당 소속의 엘 고어 후보가 당선할 경우 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12월 중 방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가 승리한다면 정권 인수위측의 견제를 받을 것이 뻔하다. 이 경우 북한이 추가 협상에서 획기적 양보를 해오지 않는다면 그의 평양 행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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