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2일 저녁 귀국하면서 “내일 중 (추가 자구안)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현대건설 관계자는 3일 오전 기자실에 들러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우리가 추가자구계획에 대해 동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아무런 발표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고 현대의 계산은 뭘가.첫번째 분석은 정 회장과 현대가 만든 자구계획의 실효성이 의심돼 채권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정 회장의 사재출자 규모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 않는데다 마지막 남은 자산인 서산농장 매각도 당장 매입자를 찾기 힘들다. 지난달 18일 외환은행이 서둘러 발표한 현대건설의 4차 자구계획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판에 추가자구안이 나와 봤자 `별무효과'라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는 정씨 일가가 공동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하라는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가 묵살되자 자구안 자체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몽구(鄭夢九) 현대차회장은 지방 출장을 핑계로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때마침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도 `대권도전' 운운하면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자 채권단이 `회생'카드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건설 직원들은 3일 오전 `조건부 회생'으로 보도된 현대건설 주식이 상한가를 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으나 오후 들어 분위기 급반전되자 침통한 모습이었다.
현대건설측도 정부의 의지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보유주식을 현대계열사로 옮기는 등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법정관리 등의 수순을 밟더라도 현대건설을 분리해 부실확산을 차단하고 현대상선을 새로운 지주회사로 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지만 일련의 과정이 정부나 채권단이 현대건설을 최종적으로 법정관리 등의 조치를 취하려는 과정이 아니냐”며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현대의 자구노력을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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