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주부 '희망과 암투병기' 끝내 막내려“통증이 심해 울며 지새는 나날입니다. 암을 이겨낸 사람으로서 여러분 앞에 설 때까지 건강하시고, 꼭 사랑하세요. ”
네티즌들에게 삶의 용기와 눈물을 함께 주었던 인터넷 사이트 `말기암 환자의 살아가는 이야기(column.daum.net/solanobagles)'의 주인공 김현경(여 30대)씨가 지난 1일 49번째 글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직장암 3기의 고통이 외부와 소통하는 김씨의 유일한 통로마저 앗아간 것.
'33살 남편과 5살 짜리 아들을 둔 주부'라는 김씨는 8월1일 `말기암 환자의 살아가는 이야기'
를 띄웠다.
“제 병은 직장암입니다. 이제는 폐와 골반, 그리고 알 수 없는 곳까지 퍼졌다는군요. 벌써 1년8개월째입니다”라고 소개한 김씨는 “아침에 희망을 가졌다가도 밤이 되면 몸의 진이 모두 빠져 버립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김씨의 글은 절망보다는 오히려 삶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해 다른 암환자나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었고, 순식간에 회원수는 3,554명까지 불어났다.
두번째 글 `우리 남편은 로보트 태권V'에는 남편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담았다. “회사생활 하기, 어린 아들 친구 돼주기, 게다가 마누라 투정까지 척척 받아주는 남편은 정말 태권V입니다.
`내가 먼저 죽으면 화장(火葬)한 뒤 빨리 잊어달라'는 말에 `화장은 생각해보겠으나 절대 너를 잊을 수는 없다'고 단호히 대답하는 이 늠름한 남편 때문에 저는 오늘 하루도 참아냅니다.”.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만져보고 쓰다듬고 안아보았습니다. 내 아이만의 살냄새. 왜 그리도 좋던지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올 때 엄마를 찾으며 소리칩니다. 이럴 때 내가 없어 대답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가끔씩 가족들의 살냄새를 맡아보세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도 문뜩 어떤 장소가 떠오릅니다. 대부분 과거의 거리들입니다. 대학의 지하도서실 출입구, 학교 앞 중국집, 미국에서 살 때 베이글이 맛있던 빵집 동네….
여러분도 힘들고 따분하시면 과거의 어떤 곳을 떠올려 보세요.”(
좋은 추억 붙들기).
하지만 김씨도 암의 고통 앞에서 항상 웃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용케도 엄마가 오시는 시간에 크게 아프지 않았는데 오늘은 들키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제 손을 잡고 우셨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되뇌이셨어요. 이 불효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엄마와 울었습니다).
“남편을 오랜만에 안아 보았습니다. 남편의 가슴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의 등은 너무나 작고 초라해져 있었습니다. `괜찮니?'라는 남편의 말에 더 이상 안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의 등짝ㆍ9월24일).
지난 1일 `지금까지 너무나 감사합니다'라는 김씨의 마지막 글이 오른 이후 이 사이트에는 하루 300~400통에 달하는 e-메일들이 답지하고 있다.
“30이란 나이에 간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약혼자에게 큰 힘이 됐어요.” “건강해졌다는 말을 속히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글을 접하니 소주 한잔 안 할 수 없더군요. 고마웠습니다.” 등…. 이 사이트 회원 박모(37ㆍ여 공무원)씨는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라고 감사와 아쉬운 마음을 전한뒤 김씨의 회복을 간절하게 기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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