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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이삭 주워 불우이웃 돕는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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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이삭 주워 불우이웃 돕는 할머니들

입력
200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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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산 삼거리마을 할머니회할머니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추수가 끝난 들녘에서 벼 이삭을 줍고 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 삼거리마을 할머니회(회장 김형옥ㆍ金亨玉ㆍ71)회원 11명은 요즘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마을앞 사담들로 몰려 나간다. 논바닥에 떨어진 이삭을 줍기 위해서다.

새벽부터 비닐부대를 들고 들판에 나가 논바닥에 널린 볏단을 헤집어 이삭을 주워 담은 뒤에는 각자 집에 가져가 도리깨로 떨고 벼를 찧느라 할머니들의 손길은 해지는 줄을 모른다.

대부분 7,80대 고령으로 오랜 농사에 허리 다리 등 안 아픈 곳이 없지만 찬밥덩이 도시락을 챙겨 들판에 나가는 억척을 부리고 있다.

추수가 시작된 9월말께부터 지금까지 수 만평의 들녘을 이잡듯 뒤져 모은 이삭이 25가마니나 된다. 80kg짜리 쌀 12~13가마 분량으로 200만원 가까운 수익이 예상된다.

할머니들은 수익금 일부를 연료비 등 경로당 운영비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이나 이웃들을 위해 쓸 계획이다.

할머니들이 벼 이삭 줍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농부들이 봄부터 피땀 흘려 지은 벼가 태풍 등에 쓰러지면서 바닥에 그냥 버려지는 일이 허다해 이를 조금이나마 거둬보자는 생각에서였다.

2달여간 들판을 누벼 마련한 180여만원으로 사리면내 신부전증 환자 3명에게 통원치료비를 대줬고,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겨울철 식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복순(李福順ㆍ74)할머니는 “들판에서 열심히 일하다보니 건강에도 좋고 젊은이들에게 한 톨의 곡식이라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절약정신도 심어주어 좋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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